탈의실 없어 고충 겪는 학교 이리 많다니
탈의실 없어 고충 겪는 학교 이리 많다니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체육시간이 여학생들에게 불편한 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탈의실이 없어 화장실을 가거나 교실 커튼 뒤에서 조심스레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탓이다. 수십년 동안 큰 불편함으로 남아 있는 사안이다. 보도에 따르면 제주지역 중·고교 10곳 중 5곳꼴로 탈의실을 갖추지 못했다고 한다. 76개 중·고교 가운데 탈의실이 없는 학교가 49%(37곳)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 중에는 남녀공학도 상당수다. 중학교 10곳(33%)과 고등학교 11곳(52%)이 해당된다. 체육 시간만 되면 여학생 화장실 앞에 긴 줄이 늘어서는 이유다. 화장실 칸도 너무 모자라 남자애들 쫓아내고 서로 망을 봐주며 TV 수납장 뒤에서 갈아입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심지어 그런 불편 때문에 아예 집에서 체육복을 입고 등교하는 학생도 있는 모양이다.

교육부 발표를 보면 지난해 전국 학교의 탈의실 설치율은 48.5%로 절반도 안됐다. 앞서 국가청소년위원회가 2006년 전국 중고생 2910명을 대상으로 학교에서의 인권침해 사례를 설문한 결과, 81% 학생이 ‘탈의실 부재’를 꼽은 바 있다. 지금 중고생의 부모 세대가 겪던 고충이 자녀들에게 그대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학교 탈의실 설치가 부진한 건 관련 규정이 없어서다. 교육부가 매년 일정 수준의 탈의실을 늘리라고 권고하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어 학교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기실 교육재정이 어렵다고는 하나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까지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무상 시리즈에 퍼붓는 재원과 유휴교실 등을 활용한다면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거라 본다.

중고생이면 신체적 변화가 두드러지고 감수성이 예민해지는 시기다. 학교 탈의실은 체육활동 전후로 옷을 갈아입기 위해 꼭 필요한 곳이다. 나아가 학생 인권을 존중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근데 도심팽창 등으로 남녀공학이 느는 추세지만 있어야 될 탈의실 확충에는 미온적이다. 가장 인권 옹호적이어야 할 교육현장의 자성이 시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