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값’이란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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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통음식 가운데 보편적이면서도 이웃과 나누어 먹는 귀한 음식은 떡이 최고다.

떡은 수천 년 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오면서 형형색색의 오곡을 재료로 한 떡의 풍족함에서 알 수 있듯이 떡과 관련한 속담도 다양하다.

가령, 쓸데없이 남이 일에 끼어들지 말고 주는 것이나 잘 받아먹고 가만히 있으라는 뜻인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라’는 말처럼 속담 속의 떡은 대개가 실속이나 잇속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웬 떡이냐’처럼 뜻밖의 횡재나 행운을 만났을 때를 이르기도 하고, 떡을 삶을 때 다 건지지 않고 남겨 두었다가 설거지할 때 건져 먹으려 한다는 뜻인 ‘떡 다 건지는 며느리 없다’는 말처럼 시집살이 여자의 설움을 대변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떡값’이란 묘한 말로 우리 사회가 시끄럽다.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에서 불거진 뇌물 스캔들이 떡값으로 표현되고 있어서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앞으로 밝혀지겠지만, 이른바 ‘떡값 검찰’, ‘떡값 리스트’하는 식이다.

뇌물을 뇌물로 부르지 않고 떡값이란 이름을 슬쩍 붙이고선 생각처럼 큰 돈이 아니라는 의미를 주고 있는 것이다. 죄의식도 덜 갖도록 말이다.

그러나 떡값의 고유 의미는 떡을 사거나 만드는 많지 않은 돈을 말한다.

설이나 추석 때 직원들에게 명절 이바지로 주는 약간의 특별수당을 일컫기도 한다. 하지만 근래에는 뇌물성 있는 금전거래로 굳어지면서 떡값의 의미는 아주 이상하게 왜곡 변질돼 버린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전주에서 떡장수를 한다는 한 네티즌이 최근 포털 사이트 다음의 토론공간을 통해 떡값의 고유 의미 찾기에 나섰다.

그는 “떡값은 보통 많아야 3만~4만원으로 흔히 먹을 수 있는 떡의 가격을 말한다”면서 “500만원이면 초· 중등 학생 1만 명이 급식에서 고급 떡을 먹을 수 있는 금액인데, 이런 금액을 한 사람이 먹었는데도 떡값이란 이름으로 표현 된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는 명백한 뇌물범죄여서 뇌물이란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백번 공감이 가는 얘기다.

말단 공무원이 5만원을 받으면 뇌물이고, 고위직이 500만원을 받으면 떡값인가? 더 이상 이런 식의 표현은 서민들의 겨울나기에도 기운을 빠지게 한다.

분명한 것은 뇌물이 떡값이란 이름으로 분장한 들 결코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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