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낯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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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장 바라며 구하고 싶은 말이 무얼까.

아마 염치(廉恥)라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염치란 청렴(淸廉)하고 수치(羞恥)를 아는 마음이다. 결백하고 정직하며 체면과 부끄러움을 알아서 그에 어긋나지 않는 감정을 일컫는다.

예로부터 ‘염치를 안다’를 나라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삼았다.

그래야 사람의 도리를 다할 수 있고 가정과 사회 기강을 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사회에는 언제부터인지 염치를 깨뜨리는 일이 일상화된 듯 하다.

부끄러움을 부끄러움으로 알지 못하는 뻔뻔스러움이 그칠 줄 모른다. 특히 사회지도층들에게 몰염치(沒廉恥)가 시대정신이라는 비아냥스런 말까지 나돈다.

▲요즘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는 말이 우스개처럼 회자되고 있다.

대통령의 비뚤어진 언론관을 받들어 ‘기자실 대못질’을 강행한 주역들의 민망한 행태를 빗대서다.

언론의 눈과 귀를 막는 기자실 브리핑룸 통폐합을 비롯 언론통제의 실무를 맡은 국정홍보처 홍보협력단장은 주미 대사관 공보참사관에 내정된 상태라고 한다.

해외공관 가운데 가장 중요한 주미대사관의 대한민국 홍보를 맡길 요량인 것이다.

국정홍보처장은 교수로 돌아갈 계획이며, 그래서 대학은 그의 자리를 비워놓았다고 한다.

사람은 퇴장 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기도 전에 제 살길 찾겠다는 고위직들의 몰염치에 말문이 막힌다.

▲기자실 통폐합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감사원은 국정홍보처에 대한 정책감사를 예고한 상태다.

이미 대선후보들도 하나같이 집권 즉시 취재제한 조치를 철폐하겠다고 공언 했다.

그렇다면 더 이상 고집할 필요가 없이 기자실 통폐합을 철회하는 것이 옳다.

국민의 혈세를 절감하며 차기 정부를 위해서도 그렇고, 그동안 그르쳐온 과오에 대한 일말의 반성을 위해서도 그렇다.

정 그럴 수 없다면 기세등등하게 대못질을 강행하던 신념처럼 당당하게 차기 정부에 평가를 받을 일이다. 그러나 허망하게도 이들은 온 몸을 숨기려 한다.

이러고도 과연 무슨 낯으로 대학 강단에 서고, 해외에서 한국을 홍보하겠다는 말인가.

제발 이제라도 염치를 차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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