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포럼] 17대 대선, 똑똑한 유권자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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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마다 돌아오는 대통령 선거 투표일이다. 국민들의 힘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부활시킨 1987년 이후 5번째다.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 이상 선거운동을 해온 후보자, 그리고 선거운동원들은 한 표라도 더 얻으려고 안간힘을 다해 왔다. 지금 이 순간도 자신만이 대한민국을 이끌 유일한 지도자라고 주장하면서 승리를 확신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후보자나 정당의 외침과는 달리 유권자들의 호응은 과거 대선과 같지 않다.

최근 중앙선관위의 여론조사를 보면 역대 대선 중 투표 참여율이 가장 저조할 것이라고 한다. 더욱이 아직도 지지할 후보자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무려 15∼20%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각 정당의 경선과정, 정치권의 무원칙한 이합집산, 끊임없이 전개되는 네거티브 선거운동 과정, 그리고 국가 발전을 위한 정책 토론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유권자들은 대단히 실망하고 있다. 선거는 민주국가에서 축제가 되야 하고 국민은 선거에서 후보자와 정당들이 내놓은 정책과 공약을 통하여 한국사회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갖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경선과정 초기부터 각 후보자들은 정책을 가지고 경쟁하기보다는 네거티브 캠페인에 의존함으로써 유권자들이 기대했던 정책선거는 실종돼버렸다. 대선은 후보자의 인물 됨됨이는 물론 후보자와 소속 정당이 내세우는 공약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다. 선거운동 시 발표하는 공약은 당선 후 국가정책의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보자들은 정책보다는 합종연횡의 정치공학 또는 네거티브 캠페인에 주력하고 있다.

후보자와 정당들은 말로만 유권자들을 주인이라고 하고 있지 실제로는 주인을 무시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선거는 유권자가 선거라는 시장에서 후보자와 정책이라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인데, 제대로 된 정책의 제시 없이 나를 선택만 하면 잘 살 수 있으니 지지해달라는 백지위임식의 정책을 제시하여 정책경쟁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6년 5월31일 실시된 지방선거에서부터 정책선거를 위한 매니페스토(Manifesto)가 처음으로 도입됐다.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각 정당과 후보자들은 국가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제시, 이를 통해 경쟁하는 선진화된 민주정치의 모습을 보여 주기를 기대했다.

지연·혈연·학연, 그리고 금권에 의한 선거가 아니고 국가 비전과 발전계획에 구체적인 예산 수치까지 제시된 참 공약으로 경쟁하는 선거가 되기를 기대했으나 그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대선 후보들은 지난 6일, 11일, 16일에는 국정전반에 대한 TV토론을 하였지만 토론 주제와 맞지 않은 네거티브 공방만 전개돼 유권자들을 실망시켰다.

그러나 이런 실망스러운 선거과정 중에서도 뒤늦게나마 주요 정당이 대선을 위한 정책 공약집을 발간, 유권자들에게 배포하게 된 것은 귀중한 수확이다. 이런 공약집이 발간된 것은 한국선거사상 처음이다.

정책 공약집이 발간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선거문화 변화에 있어 중요한 것이다. 더구나 비록 만족할만한 형태는 아니지만 공약의 추진기간, 재원조달계획까지 명기한 것은 커다란 진전이다. 지난 10월19일 주요 정당의 후보자와 선대위원장들은 정책선거를 하겠다고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핸드 프린팅까지 했다. 이는 발표한 공약도 지키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유권자는 비록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고 실망스러운 선거과정을 지켜봐왔지만 비전과 정책을 담은 매니페스토 공약집을 꼼꼼하게 따져 현명하게 지도자를 선택했으면 한다.

그리고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민주시민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 그나마 후퇴하고 있는 민주정치를 살리는 길이다. 선거에서 최종 책임은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유권자의 수준이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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