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내 갈등·한나라당 압력 여전
개혁 요구·정치권 반발 조화롭게 풀어야
노무현 대통령이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분야 중 하나는 ‘고비용 저효율’의 정치구조 타파와 국민참여의 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정치개혁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낡은 정치의 청산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실제로 대선 직후 대선에 승리한 민주당과 대선에 실패한 한나라당 모두가 ‘정치개혁’과 ‘정당개혁’을 긴급 과제로 삼아 당개혁특위를 구성하는 등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고자 했던 것이다.
아울러 한나라당이 국회 과반수를 점하는 여소야대의 정치구도하에서 국정개혁을 추진하려면 거대 야당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도 유연한 정치력 구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점에서 노 대통령이 정치개혁의 방향과 관련해 밝힌 3가지 원칙은 주목된다.
우선 정치개혁의 핵심은 당원과 국민에게 정치적 의사결정권을 돌려줘야 하고 두 번째 지역구도의 타파, 세 번째 정치인이 절제하고 검소하고 소박하게 정치를 하되 떳떳하게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돈 규모는 줄이되 필요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야당의 상생의 정치를 표방하며 야당 대표와 언제든지 만나 협력을 구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현안을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를 위해 노 대통령은 국무총리 국회 인준을 위해 여.야 당 대표와 총무를 직접 만나 협조를 당부한 데 이어 대북송금 특검법과 관련해 야당의 중진들과도 직접 만나 논의하겠다고 나선 상태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추구하는 정치개혁과 상생의 정치 앞에는 뚫어야 할 장애물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소수 여당인 민주당의 경우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한 구주류와 노 대통령을 지원해온 신주류 간 대립과 갈등이다.
당대표였던 한화갑 민주당 상임고문이 당대표직을 벗으면서 ‘개혁독재’의 위험성을 경고했고 당 개혁과정에서 당권 투쟁의 양상을 보이다가 결국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대북 송금 특검법 처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자중지란하는 모습이었다.
대통령 개혁을 효과적으로 지원해줄 여당의 본 모습과 자세를 잃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 진영에서는 현재의 민주당 체제를 그대로 끌고 갈 것인지, 아니면 내년 총선을 겨냥해 새로운 개혁정당의 창당작업에 나설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더욱이 한나라당이 단독처리한 대북 송금 특검법에 대해 여야 합의에 의한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노 대통령이 이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정권 초기 대야 관계를 풀어갈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특검법을 전제로 한 대통령과의 회동을 거부하고 있고 여야간 타협에 의한 특검법의 수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을 박아 대통령과의 협상 여지를 봉쇄하고 있다.
또 노 대통령이 지역구도의 청산을 위해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선거구제도’의 개선도 한나라당이 정략적 발상이라며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노 대통령은 대선에 반영된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정치개혁에 따른 기존 정치세력의 반발을 어떻게 조화롭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노 대통령이 추구하는 실험적인 정치개혁의 성패가 가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제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