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명소는 사라지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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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재능 있는 사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남들에게 외면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겉으로 보기에는 보잘 것 없는데도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큼 성공적인 사람이 있다. 관광지 역시 마찬가지다. 관광자원이 풍부한 곳인데도 말로만 관광지로서 구실만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관광매력물이 변변치 못한 곳인데도 유명관광지가 돼 있는 곳을 볼 수가 있다.

아쉽게도 제주도는 그런 면에서 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발리나 하와이처럼 아직 강렬하게 어필하지는 못하지만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는 그야말로 보물 같은 섬이다. 하다 못해 깨끗이 치우고 정리하기만 해도 최소한 이름값은 할 수 있는데 오히려 관광명소들을 하나둘 잃고 있는 실정이어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를 테면 ‘섭지코지’는 풍경이 아름다워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지만 제대로 정비가 안 돼 심하게 훼손되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소문난 이후에도 소위 명소 마케팅에 대한 개념은커녕 소극적인 현장복구식으로 일관하다 오늘에 이르렀다. 또한 성산읍 고성리 옛 성산수고 인근 갈대밭은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 곳인데도 생활 오.폐수가 고여 악취를 뿜는다고 한다. 더구나 성산일출봉을 연결하는 도로와 접해 있는 곳이 그 정도니 그러고도 제주도가 관광으로 먹고 살려는가.

아예 관광명소로서 존재를 상실한 곳도 있다. 용연은 화려한 옛 명성을 뒤로한 채 명소로서의 기능을 다한 지 오래다. 도시화 물결에 밀려 오염되고 훼손된 데다 관리마저 소홀해 애물단지로 방치되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안덕계곡’은 10여 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수학여행코스의 1번지였다. 그 아름다운 곳이 주변 생활폐수로 인해 관광지로서의 생명이 위태롭다고 한다.

용연만 하더라도 주변을 정비한 후 새롭게 단장만 한다면 가족관광객들을 위한 훌륭한 도심지 야간관광코스로 활용할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언젠가는 산지천에서부터 탑동 그리고 용연, 용두암을 거쳐 카페의 거리를 잇는 ‘문화의 거리 벨트화’도 구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하나의 관광지가 독자적으로 성공하기보다는 근처의 명소들을 벨트화하고 네트워크화해 상품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한 가지 아름다운 색깔보다 여러 색깔이 조합된 작품이 더 아름답고 감동을 주듯 관광객들은 언제나 그런 명소들을 찾느라 눈을 번득이고 있다.

제주도가 관광지로서 부족한 것은 두 가지 문제점이라고 본다. 그 중에 하나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원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도는 잘나고 개성도 있는데 뜨다 만 배우처럼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감독이 연출을 잘하려 해도 배우의 연기력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성공할 수가 없는 것이다. 연기력은 주어진 배역의 캐릭터에 몰입하는 데서부터 비롯된다. 쉽게 말하면 ‘살기 좋은 제주’에서 이제는 ‘관광하기 좋은 제주’로 변신해야 한다.

또 하나는 뛰어난 관광지로 만들지 못하면 있는 관광자원을 제대로 관리하기라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모에게서 건강한 몸을 물려받았으면서도 제대로 건강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것은 자기 과실이다. 이 매력적인 고장 곳곳을 명소화시키지는 못할망정 후세대를 위해 현상 유지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어느 날 갑자기 천지연폭포가 악취로 진동하고 정방폭포 물줄기가 끊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을 누가 할 수 있겠는가. 해안이 오염되고, 부속 섬들이 하나둘 훼손되고 한라산 천연림마저 황폐해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제주도는 섬이다. 언제나 변하지 않는 보석이 아니다. 어차피 치아 교정을 할 것이라면 충치부터 치료한 후에 해야 효과적이듯 병든 관광지부터 살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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