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논술`쏙쏙]‘기업이윤과 사회적 책임 같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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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사회적 책임
1.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최근 모 기업의 경영권 부정 승계와 공무원에 대한 뇌물 공여 의혹이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해당 기업의 앞길에 먹구름이 드리워질 것이라는 예측 또한 분분하다. 반면 어느 대선 후보는 사회 공헌에 활발했던 모 기업의 전직 CEO라는 경력을 장점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이 외에도 기업의 도덕성을 재단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경영 성과를 거두는 것 이외에 기업이 담당해야 할 또 다른 책무에 대한 사회의 기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이론적 배경으로 흔히 드는 것은 사회적 계약론이다. 즉, 사회의 구성원이 사회를 유지하는 각 제도들을 묵시적으로 승인함으로써 계약을 성립시키고 그것을 준수함으로써 사회를 존속시키는 것처럼, 기업 역시 사회 구성원의 하나로서 마땅히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특히 자본주의의 고도화 과정에서 기업의 역할과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기업의 독주를 견제하는 시민 단체의 활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기업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의 범위가 확대되었다. 예전에는 이윤 추구를 통해 기업을 존속시키고, 재화와 용역의 생산을 통해 경제 활동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 기업의 책임이었다면, 이제는 더 나아가 경제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고 국민 복지 향상에도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영학자 캐롤(B. A. Carroll)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4단계로 분류하였다. 1단계는 ‘경제적 책임(Economic Responsibility)’으로, 기업은 사회의 경제 활동을 담당하는 기본 단위로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할 책임을 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경제 주체로서의 책임을 지는 기업은 무엇보다 이윤 극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2단계는 ‘법적 책임(Legal Responsibility)’이다. 기업은 소속 국가의 법과 규제를 준수하면서 경제 활동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3단계는 ‘윤리적 책임(Ethical Responsibility)’이다. 비록 법으로 규정되지는 않았지만 기업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기대되는 활동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마지막으로 4단계는 ‘자선적 책임(Philanthropic Responsibility)’이다. 이러한 책임은 기업에 대해 요구되지는 않지만 기업의 자체적 판단과 선택을 통해 부여된다. 각종 기부 행위 및 사회 복지 재단 운영, 환경 보호 운동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결국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이윤을 추구하면서 기업의 존속을 도모하고, 법과 윤리에 따라 활동하며, 사회 공헌에 이바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투명한 기업 지배 구조와 공정한 경쟁 조건 하에서 소비자들에게 신뢰성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노동권을 보호하며 지역 사회에 공헌하는 것을 주요 대상으로 삼는다.



2.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인정해야 할 것인가?

신고전학파 경제학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부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기업의 역할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며 다른 목표에 신경 쓰는 것은 그만큼 추가 비용을 발생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비용의 증가는 주주에게 돌아갈 분배 몫을 줄일 뿐만 아니라, 제품 가격의 상승을 가져와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더불어 가격 경쟁력의 상실로 투자가 위축되고 그럼으로써 새로운 고용 창출에 실패하게 된다는 것이다. 프리드만(M. Friedman)에 따르면 기업에게 요구되는 책임은 오직 하나이며 그것은 곧 기업 이윤의 증가이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이고 기업의 경영자는 단지 주주로부터 경영을 위임받은 자에 불과하므로 주주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따라서 경영자의 판단에 의한 기부 행위는 금지되어야 하며, 더 많은 사회적 공헌을 요구 받는 경우 세금을 더 냄으로써 그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와 기업의 규모와 사업 영역이 확대되면서 한 기업의 정책과 행동이 경제 영역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에 따라 1970년대 이후부터는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구성원들이 협력해야 하듯이 기업 또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더 큰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었다. 만일 기업이 사회 봉사를 소홀히 한다면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그리고 증가된 비용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배분되고 그에 따라 기업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사회 전체의 발전이 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되므로 기업은 경제 활동 이외에도 사회를 개선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와서는 기업의 이윤 극대화와 사회적 책임을 별개의 문제로 바라보지 않고 함께 도모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다.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기업을 오랫동안 존속시켜 장기적으로는 종업원이나 소비자, 지역 사회 같은 이해관계자에게도 이익이 된다. 또한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적절하게 수행함으로써 사회로부터 정당성을 확보하여 장기간의 생존을 도모하고, 그로 인해 주주의 이익 또한 더 커진다.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윤과 사회적 책임은 동일한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3.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 자체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기업의 구조와 활동의 혁신, 경영의 투명성 제고, 근로·복지 환경의 개선을 통해 장기적인 존속에 필요한 경쟁력을 갖추어야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주체로서 존재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의 사회 공헌을 자선적 활동이 아니라 사회적 투자의 하나로 바라보는 인식이 필요하다. 즉, 기업은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와 신뢰를 제고하여 장기적인 존속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여겨야 한다.

다만 이때의 사회 공헌 영역을 무분별하게 선택해서는 안 된다. 사업 분야와의 관련성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하며, 기업 자체의 역량을 고려하여 참여의 정도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정부와 사회의 지원 또한 필요하다. 기업의 사회 공헌을 기업가의 건전한 가치관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사회 공헌을 행하는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및 각종 제도적 지원은 기업의 사회 공헌을 활발하게 하는 데 큰 힘이 된다. 언론과 시민 단체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홍보하고 격려를 통해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해야 할 것이다.





(실전 연습) 다음 두 글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는가에 대해 상반된 시각을 보이고 있다. 차이점을 약술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유행처럼 전 세계적으로 퍼져 이제는 대부분 글로벌 기업들의 경영의 일부로 자리 잡게 되었다. (중략) 그렇다면 이 같은 추세는 바람직한 것인가. 다시 말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이 사회의 후생 수준을 제고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첫째로는 기업은 공공의 이익을 고려한다는 의미에서의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는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략) 기업은 이윤창출이 그 목적이다. 창업주가 자기 스스로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생계유지를 위한 돈벌이를 하고 가능하다면 얼마간의 부도 축적하겠다는 목적으로 세운 것들이라 하겠다. (중략) 기업은 그 존재 이유가 분명하며, 그것은 그 소유주가 정한 것이다. 그것의 사회적 관계는 법적 인격체로서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이며, 도덕적 책임은 그 소유주가 자연인으로서 사회에 대해 지는 책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이 사회에 대해 갖는 도덕적 책임을 기업에 확대 적용하려는 것은 무리이다.

둘째로는 기업은 국가가 만들어 놓은 제도와 정책이라는 주어진 유인 체계 하에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조직일 뿐이라는 점이다. 환율 정책과 무역 정책이 수출에 유리하면 기업들은 수출을 하고, 수입이 유리하면 수입을 하고 내수 시장에서 활동하려 한다. 노동 정책이 근로자들의 해고를 어렵게 하면, 기업들은 쉽사리 고용도 하지 않는다. 기업이 친환경적 경영을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면 그에 적합한 제도와 정책을 만들 책임은 정부에 있는 것이다. 또 사회 공헌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기업들의 기부 행위는 주주들에게 배분되어야 할 이윤을 기업의 이름으로 생색내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사회적 압력 때문일 뿐이다.

끝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념을 기정 사실화하면서 전경련처럼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데 있다. 기업들이 기업 본연의 업무에 쏟아야 할 정력과 관심, 자원을 정부나 자선 단체, 개인들이 해야 할 일들에 돌리면서 초래하는 비효율은 해당 기업뿐 아니라 사회 후생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해야 할 일은 기업일 뿐(Business of business is business)’이라는 밀튼 프리드먼의 명언은 자본주의의 번영을 위해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경구이다.

- 김우택(한림대 교수)



(나) 급변하는 경영 환경은 기업의 경영리스크를 증대시킨다. 특히 1980년대 중반 이후 기업의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현지의 법과 제도, 문화와 관습, 시장과 상거래 관행의 차이로 인해 기업의 의사 결정이 특정 국가의 윤리적인 관행과 충돌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화와 소비자 주권의 강화로 비윤리적 행위로 인해 기업이 지불해야 할 비용은 점점 대형화되는 추세이다.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던 일본의 식품회사 유끼지루시(雪印)는 사용이 금지된 원료를 사용하다 적발되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었고 결국 2001년에 도산했다. 미쯔비시 자동차는 미국 본사의 성희롱 사건(1996년), 폭력집단 이익 제공 사건(1997년), 불량부품 은폐 사건(2000년) 등 연이은 비윤리적 행위를 수습하지 못하고 3년 사이에 CEO가 3명이 교체되는 등 혼란을 겪었다. (중략)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처럼 비윤리적 행위가 몰고 올 파장을 사전에 예방한다는 위기 관리 차원에서 윤리 경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오늘날에는 비교적 높게 평가받는 윤리 경영 체계를 갖추고 있는 많은 기업들이 과거에 비윤리적 행위로 인해 많은 비용을 지불하거나 혹독한 시련을 겪었던 기업들이라는 점은 경영리스크의 관리가 윤리 경영 확산의 주요 요인임을 반증해 준다. (중략)

경영리스크의 관리가 윤리 경영의 도입을 추동하는 내부적 요인이라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점증하는 기대는 윤리 경영의 도입을 외부로부터 강제하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규제 완화와 시장 경쟁의 격화는 ‘거대 정부 - 거대 기업’에서 ‘작은 정부 - 거대 기업’의 변화로 귀결되면서 기업의 자유도를 크게 신장시켰다. M&A에 의한 거대 기업의 탄생, 정부의 사회 복지 영역의 축소를 초래하면서 기업이 지배하는 생활의 범위가 더욱 확장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소비자와 시민 단체 등은 이제 기업이 이윤 극대화를 통한 경제적 기여에 그치지 않고 정치, 사회, 문화 전반의 영역에서 윤리적 선택에 충실하기를 기대한다. 더 나아가 기업의 활동 범위가 법과 규제만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영역으로 확장된 만큼 단순히 법률적 의무를 준수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윤리적인 통제 기준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인종 차별 정책을 펼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미국 기업이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 나이키사가 동아시아 근로자들을 저임금으로 부당 대우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개된 불매 운동, 에너지 관련 회사에 대한 환경 단체들의 감시와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이라는 전지구적 과제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는 움직임 등은 그 논리적인 정당성 여부를 떠나 변화하고 있는 현대 사회의 기업관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 이상민·최인철, 『재인식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삼성경제연구소)

<1318논술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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