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불모지에서 메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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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있다.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하듯 세상이 몰라보게 바뀜을 뜻하는 말이다. 제주 스포츠의 변화상을 견주어 이 말을 떠올렸다면 비약일까. 예전 불모지나 다름없던 환경에서 지금은 ‘메카’로 거듭나고 있으니 지나친 표현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예전 세대들은 제주의 스포츠 여건에 대해 남모르는 수모를 겪었다. 불모지라는 표현은 그래도 나은 편이 아닐까. 타시도의 사람들로부터 “한라산에서 공을 차면, 공이 바다로 빠져서 제주에서 축구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들었던 때가 있었다. 그 놀리는 말에 자존심이 상하고 어의가 없었다. 그런 생각이라면 야구, 골프도 불가능하기는 마찬가지다. 홈런 볼이 바다로 빠질 것이고, 호쾌한 드라이브 샷도 산과 하천으로 직행할 것이 아닌가.

세상이 변했다. 그러한 척박한 땅에서 제주 스포츠는 희망의 싹을 튀우고, 어느 덧 꽃망울을 활짝 피우고 있다. 축구를 비롯해 야구, 골프 등 이른바 3대 인기 스포츠의 성장을 보면, 공이 바다로 빠진다던 그 말은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까마득한 이야기다.

우선 골프를 보자. 이제는 골프선수로 크려면 제주로 유학을 와야 하는 시대다. 마르지 않은 샘처럼 제주에는 우수 선수들이 계속 들어오고, 그들이 ‘골프 제주’의 위상을 한껏 높이고 있다. 16세의 나이에 국가대표가 된 한정은(제주여중3)이 지난 연말 미국에서 벌어진 최고 권위의 세계주니어대회를 석권, 국내 골프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여기에다 2008 시즌 국내 프로무대 정규투어(1부)에는 역대 가장 많은 남녀 10여 명의 선수들이 진출한 상태다. 특히 제주관광산업고 출신 여자 선수들의 위세가 대단하다. 올 시즌에만 7명이 1부투어에 입성, 파란을 일으킬 태세다. 한 학교서 이처럼 많은 선수들이 정규투어에 입성한 것은 거의 유례가 없다.

야구 역시 불모지를 옥토로 바꾸고 뿌리를 내리고 있다. 올 시즌은 제주 야구사에 ‘희망의 홈런’을 친 해로 기록될 것이다. 내달 제주관광산업고를 졸업하는 3명의 선수가 동시에 프로 유니품을 입는다. 지난 2002년 창단 후 6년 만에 일군 가장 큰 수확이다. 그런가 하면 제주산업정보대학에서 2명의 선수가, 제주시 신광교 출신의 김건필(대구고)도 프로무대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한다.

프로축구는 제주시대 출범 3년째를 맞아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주 구단은 얼마 전 브라질 출신의 아뚜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영입, 올 시즌에 대비하고 있다. 제주 구단은 또 지난해까지 43명이던 선수단을 올해부터는 35명 내외로 줄여 팀의 내실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신병호 심영성 등 제주 출신 ‘백호기 전사’들이 팀의 주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올림픽의 해인 2008년, 제주 체육계는 올림픽 무대서 제주 선수가 사상 첫 메달을 일굴지 주목하고 있다. 이처럼 제주는 더 이상 스포츠의 불모지도, 사각지대도 아니다. 물론 산적한 과제가 있지만, 예전의 서러운 처지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새삼스럽게 제주 스포츠의 어제와 오늘을 거론하는 것은 연초에 희망을 얘기하고 싶어서다.

열악한 환경을 딛고 우뚝 선 제주의 선수들이 우울한 민생경제에, 갈등하는 지역사회에, 시름에 짓눌린 도민들에게 희망의 전도사가 되어 자신감을 일깨워 줄 것이다.

스포츠는 어디까지나 스포츠일 뿐일지 모르지만, 험난한 파고에서 경쟁력과 씨름해야 하는 제주의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불모지를 메카로 바꾼 힘은 환경을 탓하지 않는 도전정신이었다.

올 한 해도 제주의 선수들을 성원하자. 불모지에서 싹을 튀운 나무는 도민들의 박수와 함성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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