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와 세계자연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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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제주도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한 학술조사와 관련해 해당 분야의 연구자 회의가 있었다. 필자는 자연과학분야 전공자는 아니지만 제주도의 자연환경을 생활무대로 이용해 온 제주민들의 발자취를 조사하고 평가하기 위해 동참하게 됐다.

먼저 기획총괄을 맡고 있는 담당자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소속 관계자에게서 세계자연유산에 대한 현황과 지정조건을 비롯해 제주도와 한라산에 대한 국제적인 인지도 등 다양하고 상세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전해 들은 정보를 토대로 개인적인 소감을 피력하자면 그 시기가 정확히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제주도가 기필코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며 보전해야 할 자연유산으로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어야겠다는 것이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관계자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유산은 올해 2월 현재 125개국을 상대로 해 730점이 지정돼 있다고 한다. 이들을 유형별로 보면 문화유산이 563점, 자연유산이 144점, 그리고 복합유산이 23점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우리 대한민국은 석굴암과 불국사를 비롯한 총 7점의 문화유산이 지정돼 있으나 자연유산은 아직 전무한 상황이다. 이처럼 제주도가 얼굴을 내밀려고 하는 자연유산부문은 전체의 약 25%라는 비율이 말해 주듯이, 문화유산보다는 상대적으로 지정.등록받기가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부문임을 알 수 있다.

그런 가운데 1995년 설악산을 대한민국 최초의 자연유산으로 신청했다가 여러 가지 국내 사정으로 인해 철회한 사실이 있다. 그 결과, 세계자연유산으로서 설악산의 존재 가치는 크게 희석되고 말았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볼 때는 대한민국내에서도 가장 유력한 후보가 제주도(한라산)라는 사실이다.

업무 담당자들의 여러 가지 설명 중에서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전세계적으로 볼 때 제주도나 한라산의 인지도가 극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의 주요 관계자들이 한국측 담당자에게 ‘제주도가 어디냐’ 혹은 ‘한라산이 그렇게 좋은 곳이냐’라고 반문해 올 정도였다고 하니, 제주도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입장에서는 답답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불과 8개월 전만 하더라도 월드컵이란 이름으로 전세계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던 곳이 아니었던가.

현실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작 중요한 것은 앞으로 치밀한 계획과 조직적인 준비과정을 거쳐 마침내는 제주도의 빼어난 자연경관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등록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납득시키고 인정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자료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여러 학문분야에서 제주도에 대한 많은 자료들을 기록하고 생산해 왔음에도 세계 사람들에게 자신있게 내보일 수 있는 신빙성 있는 자료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필자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아! 역시 그런 이유 때문에 한라산과 제주도의 국제적인 지명도(知名度)가 낮은 것일까. 우리는 항상 무슨 일을 해도 그 결과를 우리 자신들에게만 보이며 만족해 하는 너무나 나태한 습관에 젖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회의가 끝나갈 무렵 필자의 뇌리를 자극하는 것은 바로 그런 부끄러움이었다.

하지만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의 지위를 획득해 새롭게 태어나는 날 제주도의 영광, 아니 대한민국의 영광을 크게 만끽해 보고 싶은 욕망이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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