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유도시와 제주경찰
국제자유도시와 제주경찰
  • 고경업
  • 승인 2003.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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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의 진주, 성공한 도시국가,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3만 달러가 넘는 부국’.

제주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싱가포르의 이미지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범죄율이 가장 낮은 도시 중 하나다. 곳곳에 경찰서와 파출소가 있으며, 해질 무렵부터 새벽까지 경찰 활동이 오히려 강화돼 수시로 순찰한다. 양호한 치안 상태가 관광객들과 투자자들을 끌어모아 오늘의 싱가포르를 이르게 했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로 꼽히는 캐나다 밴쿠버. 세계 유명 도시를 대상으로 해 해마다 조사하는 살기좋은 도시 순위에서 항상 1, 2위를 다투는 곳이다. 시민들의 노력이 남달랐기 때문에 세계가 부러워하는 도시로 급성장한 것이다. 사실 내세울 유명 관광자원이 그리 많지 않은 밴쿠버가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으로 발전한 이면에는 역시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느끼는 안전체감도가 높은 데 있다.

그렇다면 지속적인 발전과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국제자유도시’ 건설을 새로운 발전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는 제주는 과연 어떠한가. 국제자유도시 추진에 발맞춰 치안 인프라를 갖추려는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불행하게도 현재 치안 인프라 구축은 투자 순위에서 뒷전이다.

안정된 치안 확보가 제주 국제자유도시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기본 조건임에도 치안 인프라 구축 움직임이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제주지방경찰청 산하 제주경찰서와 서귀포경찰서 등 2개 경찰서가 연간 500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과 60만 명의 상주인구를 관할하는 현실이 그 예다.

특히 제주서의 관할 인구는 포화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관할면적 976.8㎢, 관할인구 39만642명, 범죄 발생 1만5104건, 교통사고 4688건. 1개 경찰서가 담당하기에는 너무 과중한 치안 여건이다.

제주와 면적이 비슷한 울산지방경찰과 비교해 보면 제주치안의 현주소는 극명하다. 울산청은 산하에 중부, 남부, 동부, 서부 등 4개 경찰서가 치안을 유지하고 있으며 경찰관 정원도 1777명에 달한다. 반면 제주 경찰의 정원은 1252명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러한데 비즈니스.물류.교역.금융까지를 포함한 국제자유도시의 앞길은 치안 여건의 악화가 불 보듯 뻔하다. 공항.항만을 통한 밀입국과 마약류 유입, 불법 체류 등 폭증하는 국제적 범죄는 물론 봇물처럼 쏟아질 민생침해사범과 교통사고 등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할지도 모른다.

이 같은 치안 상황에서 어느 외국인이 제주에서 기업활동을 하고 자본을 투자하겠는가. 도민과 관광객, 국내외 투자자들을 범죄와 사고로부터 보호하지 못한다면 국제자유도시의 실패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국제자유도시 경찰을 지향하는 제주 경찰은 나름대로 자구 노력을 계획하고 있다. 국제적 매너와 외국어.정보능력 향상,국제범죄에 대한 대응력 강화 등 국제자유도시 경찰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구책은 나날이 퇴보하는 치안환경의 벽에 막혀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있다. 강도.살인.조직폭력 등 강력범죄를 대응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절도.날치기.소매치기 등 각종 잡범 검거에도 역부족이다. 대규모 집회.시위와 행사라도 있는 날이면 경찰 병력 총출동으로 본연의 업무가 마비되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도세가 약해 중앙정부가 제주를 푸대접하고 있다’는 소외감이 도민들 사이에 팽배한 상태다.

국제자유도시 건설에 대비한 제주 치안의 역량 강화는 우선 경찰서 증설부터 전제돼야 한다.

그래야만 제주경찰서 관할을 적정 수준으로 분할해 폭증하는 치안수요를 분산,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찰의 업무능력을 업그레이드해 국제자유도시에 걸맞은 치안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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