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과 F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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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배우는 것이 시대적인 패션이 되고 있다. 특히 자녀교육에는 더욱 그런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오늘날 우리는 모두 영어강박증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영어를 못하는 데도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해서 영어를 못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우리 가운데 상당수는 더 고급스러운 영어를 구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영어가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영어권 사람들과 우리의 사고방식 차이로 인하여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기는 더욱 어렵다.

사고방식의 차이 혹은 개념의 차이 때문에 야기되는 어려움 가운데 이런 것이 있다. 우리 문화에서는 어떤 사람이 착한가(Good) 그렇지 않은가가 사람에 대한 평가의, 인물에 대한 평가의 중요한 잣대가 된다. 서구사회에도 물론 착하고 악하다는 개념이 있지만 그것보다 더 빈번히 취급되는 개념은 공평한가(Fair)이다.

‘굿(Good)’은 ‘페어(Fair)’보다 주관적이다. ‘굿’이 내게 혹은 내가 속한 집단에 이익이 되는가를 살피는 관점이라면 ‘페어’는 제3자적 관점에서 옳으냐 그르냐를 살피는 것이다.

편을 갈라서 진행되는 각종 스포츠에서도 빈번히 목격되는 것이 바로 판정시비이다. 이럴 때 심판이 없다면, 대부분 자기 편이 유리한 쪽으로 서로 주장을 하게 되고 그렇게 평행선으로 달리다 어떤 이가 자기 편에 불리한 양심선언(!)을 하게 되면, “그것 봐라”하면서 판정이 내려지게 된다. 양심선언을 한 친구는 조직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다음부터 게임에 참여하기 어렵게 된다. 양심선언을 한 친구는 ‘페어’하기는 했지만 ‘굿’한 것은 아닌 것이다.

집단의 규모가 작아서 관리가 가능할 경우에는 ‘굿’의 원칙으로 다스려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다양한 직종과 가치관, 배경 등을 가진, 더 큰 집단을 이끌어나가기 위한 철학으로서 ‘굿’은 부족함이 있다. 이를 대신하는 철학이 바로 ‘페어’라고 생각한다. ‘굿’을 ‘페어’보다 우선시하는 집단에 대해서는 외부에서 접근하지 않는다.

협상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윈-윈(Win-Win)’ 전략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내가 이기고 상대방이 지면 잘된 협상을 한 것처럼 생각되기도 하지만 좀더 멀리 바라보면 그렇게 될 경우 장차 협상 파트너를 잃게 되는 것이다. 마치 상도(商道)에서 신용을 중시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윈-윈’이 중요해진다.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외부인에게 ‘굿’을 중시하는 사회보다 ‘페어’를 중시하는 사회가 더 믿음직스럽다.

바야흐로 제주는 대한민국의 제주에서 세계 속의 제주로 발돋움하고 있다. 국제자유도시에 대한 계획이 진행 중이고 국제적인 회의도 많이 유치되고 있다. 이러한 몸부림은 지금보다 더 잘 살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생존을 위한 필수적 선택이라고 본다. 시장 개방으로 인하여 우리 농산물은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고 값싼 국제항공사의 치열한 판촉전으로 관광지로서 제주도 동남아 등 외국 관광에 대하여 비교우위를 점하기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나날이 더 강한 경쟁력으로 밀려드는 외국에 맞서기 위해 제주 역시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인재를 양성하고 또 필요한 경우 외부로부터 재능있는 인력을 조달받아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우리의 마인드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가치관도 소중히 품고 싹틔워야 하는 반면, 세계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는 우리도 내게 혹은 내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굿’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더 큰 집단으로서 ‘페어’로 마인드를 확장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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