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성장 분배 동시 추구 새 경제 패러다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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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우선론과 분배 우선론
다섯 사람이 피자 한 판을 나누어 먹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런데 피자가 너무 작아 다섯 사람이 똑같이 나누어도 결코 배불리 먹을 수 없다. 이때 어느 한 사람이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지금 이 피자를 나누는 데에만 힘을 쏟는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배고픔을 겪어야 합니다. 그보다는 우리 모두가 충분히 먹을 수 있는 큰 피자를 만드는 데 힘을 씁시다. 나누는 것은 그 후에 고민해도 늦지 않습니다.” 모두 동의하고 더 큰 피자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을 했고, 마침내 큰 피자를 만들어 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만들어진 피자가 과연 처음에 목표한 대로, 다시 말해 이제는 분배를 고민할 정도로 커졌는지를 판단하는 것과, 만약 분배한다면 누가 얼마만큼의 피자를 먹느냐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만일 이러한 분배 문제가 정당하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속았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피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고민이 성장과 분배 중 어느 것을 더 중시해야 하는가에 대한 현실의 뿌리 깊은 시각 차이와 연결된다.



1. 先성장 後분배(성장 우선론)

성장을 이루고 난 후 분배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으로서 성장을 통한 분배를 강조하는 입장이다. 경제 성장은 고소득 계층으로부터 저소득 계층으로 소득을 확산시킴으로써 분배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토지, 자본, 노동 등의 생산 요소에 대한 수익률은 각각의 요소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희소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비록 경제 성장 초기에는 자본이 희소하므로 자본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그에 따라 소수의 자본가(고소득 계층)의 소득이 높아진다. 그러나 경제 성장이 지속됨에 따라 자본 축적이 이루어지면서 자본 수익률이 하락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노동의 희소성이 증가하여 노동자의 임금이 상승한다. 그 결과 노동자의 소득이 높아지고, 높아진 소득의 일부가 자본으로 축적되어 자본 수익을 가져옴으로써 전체적인 소득 분배가 개선된다는 것이다.

성장 우선론자들은 분배 정책이 오히려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가 된다고 주장한다. 복지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하여 법인세율을 높일 경우 기업의 투자는 위축되고 고용이 줄어든다. 이는 곧 실업자를 양산시키고 유효 수요(=구매력을 동반한 수요)를 줄여 내수 시장을 침체시킨다. 또한 성장 우선론자들은 과도한 분배 정책이 불러올 ‘복지병’을 경계한다. 1960년대 초 영국은 과도한 사회 보장으로 인해 재정 적자와 만성적인 인플레이션, 근로 의욕 감퇴 등의 사회 문제가 발생하여 전체적으로 국가 경제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저하되었다. 유럽 최고 수준의 복지 국가인 덴마크 역시 복지 정책을 지탱하기 위한 높은 세금으로 말미암아 젊은이들이 일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사실상, 저소득층에 대한 과도한 공적 부조는 현실에 안주하고 위기 의식을 약화시켜 상위 계층으로의 성취 의욕을 감소시킨다. 또한 높은 세금뿐만 아니라 과도한 실업 급여나 국민 연금은 근로 의욕을 저하시킴으로써 노동력 부족을 야기시켜 경제 전체의 성장 동력을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2. 先분배 後성장(분배 우선론)

이에 반해 분배 우선론자들은 경제 성장의 원동력을 장기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분배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경제 발전에 기여한 만큼의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면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근로 의욕을 상실함으로써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 더 나아가 소득 불평등으로 인한 불만은 사회 안정을 위협하는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수입품이나 사치품 등의 소비는 거의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는 현재의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필품 시장을 중심으로 한 전반적인 경기 진작이 필요함을 반증한다.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정책은 그들에게 소비 재원을 마련해 줌으로써 유효 수요를 늘리고 내수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또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른바 근로자의 ‘몸값’을 높이기 위한 제반 활동에도 각각의 가치에 따른 비용을 요구한다. 고소득 전문직에 종사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오랜 시간의 훈련과 높은 교육 비용이 필요하지만, 저소득 계층은 이를 마련할 수단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므로 저소득 단순 노동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그로써 소득 불균형이 점점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때 적극적인 소득 재분배 정책을 통해 저소득층에 보다 많은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면 저소득층이 빈곤 상태를 벗어날 기회가 많아지고 이로써 소득 분배가 개선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더불어 이른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제 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짐으로써 사회 전체적인 생산성이 향상되어 성장을 촉진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분배 우선론자들이 근거 삼는 것은 이 외에 분배를 통한 사회 통합의 효과이다.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계층 간 이동이 제한될 경우 사람들은 노동의 가치를 경시하고 사행심에 젖기 쉽다. 이는 단지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소득 불평등으로 야기된 계층 간의 불신과 반목은 구성원들의 유대감을 저해시킬 뿐만 아니라 법질서를 무너뜨리고 사회 혼란을 가중시키게 된다. 결국 공정한 분배는 장기적인 경제 성장과 사회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3. 성장과 분배의 조화

성장과 분배가 완전히 별개의 사안으로 이해될 수는 없다. 생산과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주요 경제 변수와의 관계를 염두에 둔다면, 성장과 분배는 서로 영향을 미치는 긴밀한 관계에 있다. 다만 정책적으로 어느 쪽을 더 중시하느냐는 중요한 문제이며, 이에 대한 결론은 각 국가의 경제 구조, 경제 발전 단계, 국민 의식 등을 고려할 때 일률적으로 내려질 수는 없다.

다만 타방을 전혀 도외시한 어느 일방만을 강조할 수는 없다. 분배의 평등도를 나타내는 척도 중 하나인 지니 계수를 볼 때, 우리 나라에서 지니 계수가 급격히 상승한, 즉 분배 구조가 악화된 1998년은 경제 성장률이 크게 감소한 IMF 당시의 위기 상황과 맞물린다. 처음부터 분배 중심의 경제 정책을 펼쳤던 사회주의 국가가 결국 낮은 경제 성장률을 극복하지 못했으며, 북유럽 국가의 복지병과 조세 저항이 시사하는 바 또한 적지 않다. 복지 정책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부(國富)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성장 우선론자들의 주장이 2008년 새 정부의 출범을 맞아 힘을 얻게 되리란 전망이다.

그러나 양적 성장에만 치우쳐 왜곡된 경제 구조를 허용하고 그로 인해 수많은 사회적 약자가 양상된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는 우리 나라에서 분배 문제를 전혀 도외시할 수는 없다. 기형적으로 부풀려진 부동산 시장으로 인해 서민들의 내집 마련은 점차 어려워지고,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에서 저임금과 고용 불안을 감내하며, 발전의 뒤안길에 물러나 앉은 농어촌의 피폐함은 성장의 과실이 고르게 분배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결국 경제 성장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개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때 의의가 있는 것이며, 성장과 분배의 동시 추구를 위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은경·1318논술연구소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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