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란지교(芝蘭之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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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오래될수록 좋은 것을 일컬어 장맛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소꿉동무도 장맛이 난다고들 말한다. 서로 떨어져 있어도 마음이 통하고, 옆에 함께 있으면 편하고 뿌듯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오래된 친구는 소중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새로 사귄 친구라 할지라도 나름대로 소중하고 독특한 장맛이 난다. 술을 좋아하면 술친구로서, 책을 좋아하면 독서친구로서 각각의 향내가 풍겨나듯이 말이다.

그래서 좋은 친구 한 사람 만나는 것이 일생에 다시없는 축복이고 행운이라고 한다. 허나 각박한 사회 현실에 친구를 사귀고 그들과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기란 참으로 지난(至難)한 문제다.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1337~1392)는 고려시대 최후의 충절(忠節) 지사(志士)다.

반면 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 1342~1398)은 조선 개국의 핵심 공신인 개혁 사상가다.

둘은 역사의 라이벌로 회자되지만 서로를 헐뜯거나 비난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프면 문병하고 사시절 꽃이 피면 나누는 술잔으로 거나하게 취하면서 서로를 편안히 인정했다는 것이다. 가는 길이 확연히 달랐지만 서로를 흠모하며 신뢰라는 주춧돌로 진짜 우정을 돈독하게 쌓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옛 선비들의 ‘지란지교(芝蘭之交)’가 너무나 향기롭다.

‘지란지교’는 향기로운 꽃인 ‘지초(芝草)’와 ‘난초(蘭草)’의 사귐이다.

곧 지초와 난초처럼 맑고 깨끗하며 고결한 벗 사이의 우정을 뜻한다.

▲유안진 시인은 ‘지란지교를 꿈꾸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은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최근 들어 친구 부재의 시대라는 말이 부쩍 나도는 모양이다.

어느 날 쉽게 사귀더니, 다시 언제 봤냐는 듯한 염량세태를 개탄하고 있음이다.

지위나 성공 또는 이득을 보러 찾아오고 찾아가는 친구는 인생친구가 아닐 터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단 하나, 바로 우정이라고 한다.

문득, 단 한 명의 ‘지란지교’를 가졌다면 당신은 진정 행복한 사람이라는 글귀가 떠오른다.

둘은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져도 서로를 보살펴주는 등불이 되어 줄 것 같다. 비록 희망사항이지만, 지란지교를 꿈 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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