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포럼] 언론인 성향조사의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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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70년대 소련 모스크바의 겨울날씨’ 독재자가 군림하고 있을 때에는 국민들은 여름에도 추운 법이다. 하물며 독재자가 있는 모스크바의 겨울날씨는 얼마나 추워을까.

독재사회의 암울함을 나타내는 말이다.

어느 나라건 독재자들은 국민들을 완전히 지배하는 것을 원한다.

물론 민주적 방식으로 지배하지는 못한다.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 바로 감시하는 것이다.

특히 언론인에 대한 감시는 효과가 크다.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독재국가라는 명예롭지 못한 타이틀을 갖고 있는 나라들은 언론인 감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독재시절 많은 언론인들이 고초를 당한 바 있다.

정보기관에 끌려가는 것은 다반사고 군정보기관에 의해 테러를 당한 적도 있다.

이 같은 시대를 겪은 언론인들은 국가기관에 의한 언론인 감시라는 말만 들어도 섬뜩한 느낌이 들 것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이어지고, 곧 새로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설 이 즈음에 언론인 성향조사라는 망령이 또 나타났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파견된 문화관광부 박모 국장은 최근 문화관광부에 언론사 사장단과 편집국장, 정치부장, 주요 광고주업체 대표 등의 출신지, 최종학력, 주요 경력, 성향, 최근 활동, 연락처 등을 파악해 인수위에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가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과거 독재시절의 언론사찰을 연상케 하는 이 같은 일이 벌어지자 인수위측은 박 국장의 개인적인 돌출행동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인수위는 박 국장을 인수위 전문위원직을 직위해제하고 관련 자료를 폐기하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인수위측의 이 같은 해명을 곧이 믿을 언론인은 없을 것이다.

박 국장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인수위가 법적 기구이기 때문에 인수위 차원에서 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대통령직인수위 자문위원 신분으로 고액의 투자 자문을 해 물의를 빚은 경제2분과 자문위원 고모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고씨는 자문위원직에 위촉된 후에도 상담료나 강연료 등의 명목으로 1회에 50만원~100만원의 고액 상담료를 받고 부동산 투자 상담을 한 바 있다.

이 경우도 인수위 차원에서 사과를 해야 한다. 특히 언론인 성향조사는 이명박 당선자의 말처럼 ‘옥에 티’정도가 아니다.

이는 노무현 정권이 기자들에게 기존의 기자실 대신에 브리핑룸으로 옮길 것을 요구하며 기자실을 폐쇄한 것 보다도 더 본질적인 언론통제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이처럼 대통령직인수위에서 과거 독재권위주의 시절에나 있음직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인수위가 오만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을 섬기려는 마음이 진정으로 있다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언론인 성향조사는 애초에 없어야 했다.

이명박 당선자가 속한 한나라당은 그동안 ‘잃어버린 10년’을 입에 달고 다녔다. 과연 ‘잃어버린 10년’에 잃어버린 것은 언론인 성향조사나 부패 같은 것인가.

그리고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 10명 중 이명박 당선자를 찍은 사람은 3명뿐이다. 국민앞에 오만하지 말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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