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의 귀향
노 대통령의 귀향
  • 김범훈 기자
  • 승인 2008.02.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귀향(歸鄕) 채비는 정말이지 대단해 보인다.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일대는 국비와 도비·시비를 합쳐 500억원에 가까운 국민 세금을 쏟아 부으며 새 단장이 한창이다.

시민문화센터를 건립하고, 생가 뒷산은 웰빙 숲으로 조성하며, 개천과 수로는 환경생태지역으로 개조하는 소식 등은 한마디로 놀랍다.

집이 50가구에다 120명이 사는 조그마한 시골마을은 그야말로 천지개벽이다.

허나 대통령 고향마을이 초호화판으로 치장하는 모습은 보기 민망하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다 경남도와 김해시 자체 계획에 의한 관광타운 조성 성격이라지만 수긍하기 어렵다.

한 마을에 이토록 엄청난 나랏돈이 쓰이는 것은 상식에 벗어나는 일 아닌가.

▲사실 노 대통령의 귀향 자체가 갖는 의미는 자못 크다.

퇴임 후 고향으로 내려가는 최초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귀향은 아무나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생존해 있는 4명의 전직 대통령 중에서도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읊은 이는 없다. 어쩌면 고향 대신 교도소로 향하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 싶을 정도다.

그만큼 우리 정치사의 불행한 질곡을 말해준다. 그러나 어디에 사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사느냐 역시 중요하다.

귀향은 빈 손, 빈 마음으로 고향 품에 안길 때 가치가 있다.

노 대통령이 “임기가 끝난 후 임대주택으로 들어가겠다”는 취임 초의 다짐대로 질박한 귀거래사를 원했다면 봉하마을 띄우기는 불가능했을 거라는 얘기다.

▲그런데 또 씁쓰레한 소식이 들린다.

노 대통령의 퇴임에 맞춰 25일 봉하마을에서는 환영 잔치가 열릴 모양이다.

대통령 집권 5년의 평가와는 별개로 고향마을 사람들이 임기를 마치고 귀향하는 대통령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것은 분명 박수를 쳐줄 일이다.

그렇다면 퇴임 대통령의 첫 귀향이라는 뜻이 훼손되지 않게 조촐한 분위기가 제 격이다.

하지만 시끌벅적하게 잔치를 치른다고 한다. 비록 지역사회단체 등이 자발적인 모금이고 최대 1만 명 참석과 1억 3000만원 들이려던 당초 계획을 절반으로 대폭 줄인다지만 볼썽사납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국보 1호 숭례문이 전소돼 민심이 뒤숭숭한 마당이다. 국민들은 조용한 귀향을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