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은 공밥을 먹지 않는다
귀신은 공밥을 먹지 않는다
  • 제주신보
  • 승인 2018.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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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반가운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자꾸 시계를 보는 모습에 무슨 걱정거리가 있냐 하니 사실 부인이 손목이 아파 책 한 권 들 수 없는 상태라 사소한 살림조차 못 한 지가 꽤 오래됐단다. 침을 맞아도 그때뿐 사진을 찍어봐도 이상이 없다니 답답할 뿐이라고 그만 들어가서 밀린 일을 해야겠다며 양해를 구하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는데 며칠 후 집을 방문해 구석구석 살펴보고 혹시 가구 배치에 문제가 있나 하고 살펴보니 흠을 잡을 수 없었다.

이게 뭔가 하는 의구심은 잠시 부모님 산소가 어디냐고 물으니 선산에 묻혀 있고 마침 화장을 해 납골당에 모시려는 계획이라 해서 눈으로 확인할 게 있으니 동행 하자고 했다. 믿을 수 없는 눈치였지만 상황이 심각하고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허락을 받아내고 현장에 도착하니 산짐승들의 출몰로 심하게 훼손돼 있었고 풍수를 따지기 이전에 묫자리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마침내 유골이 보였는데 너무나 깨끗한 상태였다. 땅의 기운이 좋으면 빠르게 변화돼 조금의 흔적만 남지만 반대의 경우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일에 경험이 많은 이들도 극히 드물게 볼 수 있다. 자녀들도 놀란 기색으로 늦은 후회를 했지만 지난 일로 마음의 상처를 입지 말라는 위로를 전한 후 마무리 했다. 다시 안부를 전하는데 신기하게 통증이 사라졌고 이제는 묵은 창고정리를 한다기에 보람을 가질 수 있었다.

조금은 다른 예로 나이가 지긋한 아주머니가 얼마 전부터 이유 없이 온몸이 시려 병원에 가봐도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며 주변에서는 꾀병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는단다. 주변을 물리친 후 참선에 들어가니 기다렸다는 듯이 할머니가 나타나는데 6·25 전쟁 때 아들 둘을 잃었는데 살아 생전 색동옷을 못 입혀 죽어서도 한이 된다는 말에 이런 사실이 있냐하니까 맞는 말이지만 본인은 교회에 다녀 해줄 수 없단다. 뭔가 빚을 진 느낌이 들어 영혼을 불러내 내가 대신해 줄 것이니 무엇을 주겠냐는 농담 반 진담 반 물음에 떡을 준단다. 작은 정성으로 무사히 끝난 후 그 일을 잊을 무렵 같이 공부하던 이가 미국에 이민을 가게 됐는데 그동안 고마움을 표한다며 봉투 한 장을 넣고 갔는데 상당한 액수였다. 귀신은 공밥을 안 먹는다더니 이렇게 갚나 보다. 알 수 없는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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