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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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철, 제주대 교수 중어중문학과·논설위원

고민되거나 분개하는 마음을 가눌 수 없을 때는, 지금도 난 가끔 꿈을 꾼다. 물론 개꿈이지만….

얼마 전 꿈속에서 나는 어떤 시험 전형의 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최종평가위원에게 이전 평가위원들로부터 추천받은 두 명의 순위를 정해 최종평가위원에게 나의 의견을 첨부해 넘기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평가 대상 두 명 중 한 사람이 내 아이였다. 내 아이가 다른 대상자보다 부족하다고 생각됐던지, 나는 눈물을 머금고 내 아이를 2위로 평가해 올렸으며, 아이는 그것을 알고 아비를 원망하며 울었다. 우는 아이를 안고 미안하다고 말하며 함께 울다가 깨어나니 참으로 씁쓸하다.

꿈에서조차 나는 참 바보였다. 나만 눈 감으면 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나는 내 양심에 따라 행동하고 있었으니, 이 개떡 같은 세상에서 참으로 바보같이도 산다.

옛날 내 아버님께서는 간혹 고시 출제위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었는데, 어느 해에는 매우 고민을 하시다가 출제위원을 포기하신 적이 있었다. 그 해 내 형님께서 그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으니, 만약 그 때 아버님께서 출제위원을 수락했다면, 내 형님께서는 스스로의 힘으로 합격하고도 평생을 아버님의 덕으로 합격했다는 오해를 받으며 공직생활을 해야 했을 뻔 했다.

아이는 중학교시절 공부를 꽤 잘했다. 그것 때문에 졸업할 때 지역고교에서 아이를 서로 데려가려고 경쟁을 했다. 아내가 근무하는 학교 선생님들도 아이를 자기 학교에 데려올 것을 종용했고, 그것 때문에 아내는 고민했다. 그러나 아내는 동료선생들의 요구를 물리치고 아이를 다른 고교에 진학시켰고, 아이는 그곳에서 최고 순위를 놓치지 않았다.

만약 그 때 아이를 아내의 학교에 보냈다면 사람들은 엄마가 선생이라 아이에게 시험문제를 가르쳐주었을 것이라는 등의 말을 만들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우리 때보다는 훨씬 어렵다. 공부해야 할 정보도 많고, 그 많은 정보를 소화하더라도, 일자리는 충분하지 못하며, 설령 옛날 최고의 직업군으로 분류되던 의사나 변호사 등의 자격을 얻게 됐다고 하더라도,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니, 이런 시기에 자식을 전쟁터에 내보내 놓고, 잠도 충분히 자지 못하고 고생하는 자녀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가슴 아프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어느 대학의 교수가, 대학도 겨우겨우 다닌 자녀를, 그 대학의 의전원에 진학시키려고 하는 것을 보았다.

아비도 말이 교수지, 논문 한 편 제대로 쓰지 못하고, 그나마 쓴 논문은 남의 것을 거의 베끼는 수준이니, 자식이라고 못할까라고 생각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꿈도 야무졌다.

다행히 치러야 할 시험이 있었으니, 지원조차도 못했을 것이고, 이제는 그 제도 자체가 없어져 포기했다고 하지만, 만약 면접만으로 합격 여부를 결정했다면, 아비의 재주로 아이를 진학시킬 수도 있었던 것은 아닐까?

사실 그 아이가 진학을 했다고 하더라도 견디지 못하고 유급당하다 결국 퇴학당할 확률이 높았겠지만, 혹시라도 성공했다면 그런 아이가 사람을 제대로 치료나 할 수 있었겠는가?

비리로 채용된 자는 부탁한 자나 부탁을 들어준 자, 그리고 당사자를 모두 벌해야 한다.

누가 징계해선 안 된다고 하는가? 앞으로 수년간 취직을 할 수 없게 하지는 못할망정 벌하지 말라고 하다니, 혹 당신도 비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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