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으로 금속 불태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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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과 교수

산소는 인간을 비롯한 동물에게 곧 생명이다. 그런 산소 기체가 대기의 20%를 초과하면 인간은 오히려 심각한 위험에 빠진다. 다행히 질소가 대기의 약 78% 정도를 점유하고 있으며, 이것은 거의 비활성 기체로 희석제로 작용한다.


연기만 나는 정도의 물질도 순수한 산소 하에서는 바짝 마른 불쏘시개처럼 극렬하게 연소한다. 물론 이런 조건에서는 담배도 피울 수 없다. 1967년 아폴로 1호에 탑승했던 우주인 세 명이 성난 불길에 목숨을 잃었다.
순수 산소가 가득 차 있던 우주캡술 내에서 찍찍이라고 불리는 나일론 접착포에 불이 붙으면서 참사가 발생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기체 상태의 산소는 용접과 절단에 사용된다.


액체 산소는 대단한 위력을 지닌 물질이다. 일례로 등유가 공기 중에서 연소될 때는 캠핑용 랜턴에 불을 밝히는 정도의 연료이다. 그러나 이것이 액체 산소와 반응할 때는 ‘달 로켓 새턴 V(Saturn V moon rocket)’를 쏘아 올리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
순수 또는 액체 산소가 아닌 공기에서도 성냥 한 개비로 금속에 불을 붙일 수도 있다. 금속을 연소시키는 것은 간단하다. 그냥 스틸울(철을 실처럼 가늘게 깎아 만든 금속 수세미 형태)을 펜치로 잡은 뒤 성냥으로 불을 붙이면 된다. 이때 올의 굵기가 가늘수록 실험효과는 뛰어나다.


금속 마그네슘 리본에 성냥으로 불을 붙이면 마그네슘은 서서히 눈부시게 타오르면서 흰색보다 더 흰 불가사의한 빛을 내뿜는다.
금속 마그네슘 분말이 연소할 때 순간적으로 엄청나게 밝은 빛이 쏟아진다. 옛날에는 사진 찰영시에 조명으로 이 효과를 이용하였다. 마그네슘 분말은 넓은 표면적을 갖기 때문에 심하게 발화한다.


대규모 금속 화재의 불길이 너무 맹렬할 때는 그대로 내버려두고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상책일 수도 있다. 금속 화재가 발생했을 때 진화를 위한 섣부른 조치는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그네슘은 이산화탄소에 노출됐을 때도 강렬하게 타오른다. 서서히 타고 있는 마그네슘 뭉치에 이산화탄소 소화기를 쏘면 불길이 순식간에 거세진다. 이 때 불붙은 마그네슘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는 불상사도 생길 수 있다.
이처럼 마그네슘은 이산화탄소와 활발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심지어 영하 78℃의 드라이아이스 안에서도 불이 붙는다. 드라이아이스에 구멍을 뚫고 그 안에 마그네슘 리본을 한 움큼 집어넣은 후에 불을 붙이면 미친 듯이 타오른다.


물과 소화기 거품은 오히려 금속 화재에 악영향을 미친다. 금속이 녹아 있을 때 물이나 소화기 거품이 접촉하면 증기폭발까지 발생할 수 있다. 더구나 일부 금속은 뜨거워지면 물을 산소와 수소로 해리시켜 수소가스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마저 있다.
금속의 상태에 따라 연소 정도도 상이하다. 철, 아연, 납 같은 금속들의 미세한 분말을 공기 중에 노출시키면 실온에서도 연소될 수 있다. 이와 같은 매우 미세한 가루로 된 금속들의 형태를 발화(pyrophoric)형이라 칭하는데, 이것은 불이 붙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런 금속류도 흥미로운 존재다. 백금처럼 비활성 금속도 있지만, 알칼리금속과 같이 물이나 산소에 민감한 것도 있다. 금속이지만 실온에서 액체인 것(수은)도 있다.
물보다 밀도가 낮은 금속(리튬), 체온 정도에서도 녹는 금속(세슘), 부드러운 버터처럼 뭉갤 수도 있는 금속(칼륨), 연성과 전성이 뛰어나 실반지를 만들 수 있는 금속(금)도 존재한다.
탄탈륨은 뼈를 고정하는 데 사용하는 나사, 인공 관절, 두개골 덮개와 같은 의료용으로 널리 사용된다. 높은 강도와 낮은 반응성은 제약 산업과 식품 산업에 사용되는 파이프와 용기 재료로 이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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