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눈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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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정치하는 이들에게 눈높이는 무척 중요하다. 제아무리 능력이 있더라도 상대의 눈높이에 맞추지 않으면 공감과 타협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역대 대통령마다 국정쇄신에 앞서 늘 국민과의 눈높이를 충족시키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약속하곤 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해 취임사에서 같은 다짐을 했다.

말이 그렇지 사실 그게 어디 보통 일인가. 옳고 그름에 상관 없이 내편 아니면 무조건 적이라고 생각하는 상황에선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요즘 같은 정권 초기에 실무도 잘 알고 도덕성도 갖춰 일 잘할 사람을 구해야 하는데 그것 역시 그리 쉽지 않다. 주요 인사 때마다 파란을 겪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눈높이를 맞추자면 우선 무릎을 굽혀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

▲근래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의혹이 점입가경이다. 19대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해외출장과 관련된 부적절한 행태가 속속 드러나서다. 핵심은 피감기관들의 돈으로 연거푸 다녀왔다는 거다. 동행한 정책보좌관이 20대 여성 인턴이었고 출장 뒤 7급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거기에다 관광을 즐긴 정황과 로비 의혹도 나왔다.

여기서 더 주목되는 건 청와대의 시각이다. 국민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지만 해임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결함은 아니라고 감싸는 상황이다. 잘못된 관행을 이유로 전직 대통령마저 사법처리하면서 내 편의 그것은 옹호하고 나선 셈이다.

설사 관행이라고 해도 국민 눈높이에 어긋난다면 그것이 바로 ‘적폐’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취임 초심이 뒤로 밀려나는 게 아닌가 절로 걱정이 앞선다.

▲말과 글은 사용자의 정체성과 의식을 좌우한다. 어떤 말을 쓰느냐에 따라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고 거리감을 갖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국민 눈높이는 보통의 국민이 갖는 사리판단이자 상식이라 할 수 있다.

정치가 국민보다 정파의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라고 오판할 때 민심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높은 지지율이면 뭘 해도 되는 면죄부라는 생각일까. 그렇다면 분명 어불성설이다.

평생 국민에게 다가서려던 정조는 이런 말을 남겼다. “알기 쉬운 것은 공(公)이고, 알기 어려운 건 사(私)다. 사람들이 제 눈의 콩깍지를 벗어버린다면 천하의 일 절반은 이뤄진 것이다.” 공사 구별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통치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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