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속으로 나들이한 오늘이 봄날이다
봄 속으로 나들이한 오늘이 봄날이다
  • 제주신보
  • 승인 2018.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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⓷김석희 번역가 자택(下)
마음 속 즐거운 사연 담은 편지를 금줄 사이에 넣고 까르르르
햇살과 바람과 집주인의 손길 받으며 이야기도 익어갈 것이다
바람난장 식구들은 지난달 31일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 김석희 번역가 자택 앞마당에서 바람난장을 펼쳤다. 유창훈 作, ‘바람난장-김석희 선생 자택에서’.
바람난장 식구들은 지난달 31일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 김석희 번역가 자택 앞마당에서 바람난장을 펼쳤다. 유창훈 作, ‘바람난장-김석희 선생 자택에서’.

뻐꾸기 울고 있다

김종호

 
겨울바다 건너온 봄
햇살이 눈꺼풀 무거운 한낮을
뻐꾸기 하염없이 울고 있네 


고내오름 중턱 늙은 그늘에
솔잎 새에 한 줌 바람 이마에 시원하고
삼백 년 소나무 네 나이 몇이냐 물으니
내 줄곧 걸어온 길이 저만치 사소하다


적막하다, 한낮 산속의 고요
숲은 침묵으로 더욱 깊어지고
먼 뻐꾸기소리, 남의 둥지에 놓고 온
제 새끼만 염치없이 부르고


그립다
고향 육십 년에
늙은 마누라 옆에 두고
웬 그리움이 저미어 오는가


뻐꾹 뻐꾹 뻐국
고향에 살면서 고향이 그립다

 

 

김석희 번역가 자택 앞마당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대와 그 위에 쳐진 금줄.
김석희 번역가 자택 앞마당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대와 그 위에 쳐진 금줄.

번역가 김석희 선생의 집 마당 한 쪽에 놓인 장독들이 말을 건낸다면 뭐라고 할까.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편히 즐기다 가세요.”, “봄날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 바랍니다.”, 그리고 또 말할 것이다. “이 집 마당을 기억해 주세요.”라고. 그렇다. 우리는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은 마당에서 즐겁고 아름다운 추억의 시간을 만들고 있다. 기타 연주, 오카리나와 팬플루트 연주, 수필낭독을 감상하면서 침 묻힌 연필로 종이에 꼭꼭 눌러쓰듯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을 가슴에 담고 있다.

 

사회자가 말한다. “다음은 집주인인 김석희 선생님을 모시고 번역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큰 박수와 함성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가 우리를 초대한 집주인이서가 아니라 우리가 사랑하는 번역가이기 때문이다. 초대한 사람이 아니라 초대받은 사람처럼 서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그에게 누군가가 의자를 내민다.

 

번역가 김석희 선생은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번역서의 비율이 높은 이유를 설명하며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 나간다.
“우리나라가 자동차, 배, 반도체를 수출하지만, 그 바탕이 되는 지식과 정보는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이고, 그 지식과 정보를 선진국으로부터 들여오려면 번역을 통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번역은 앞으로도 더욱 중요한 작업일 수밖에 없습니다.
- 중략 -

 

번역은 아주 중요합니다. 한 개인, 한 사회, 한 국가, 한 문명을 바꿀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하지요. 좋은 번역서를 택해서 읽는다면 의미있는 독서가 될 것입니다.”

 

번역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 번역가는 다시 집주인으로 돌아와 부드러운 눈길로 손님들을 살핀다.


                                                                               
서란영 팬플루트 연주자의 연주를 다시 들을 시간이다. 그녀는 오늘의 분위기를 예상하기라도 한 듯 ‘나는 행복한 사람’과 ‘엘콘도르파사’를 들려준다. 장독대 옆 키 작은 나무에 누군가 툭 걸쳐놓은 물빛 스카프가 연주에 맞춰 흔들거린다. 마당에 서 있는, 또는 앉아 있는 번역가, 시인, 시낭송가, 소설가, 화가, 음악가, 사진작가, 수필가, 연극인, 기자, 지역주민들의 가슴도 흔들거렸으리라.

 

마지막 순서를 남겨 두고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다. 제주감귤쥬스와 깨강정이 맛나다. 아쉬움이 아지랑이처럼 올라온다.

 

김정희와 시놀이(김정화·이혜정·이정아·장순자)가 김종호 시인의 시 ‘뻐꾸기가 울고 있다’를 낭송하고 있다.
김정희와 시놀이(김정화·이혜정·이정아·장순자)가 김종호 시인의 시 ‘뻐꾸기가 울고 있다’를 낭송하고 있다.

마지막 순서는 시퍼포먼스다. 김정희, 이혜정, 이정아, 장순자 이렇게 네 명이 소개되고 시퍼포먼스가 시작된다. 한 명이 앉아 금줄을 꼬고 있다. 나머지 세 명은 김종호 시인의 시 ‘뻐꾸기 울고 있다’를 낭송한다. 어디선가 뻐꾸기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다. 금줄꼬기와 낭송이 끝나자 시낭송팀이 관객들에게 예쁜 편지지와 볼펜을 나눠준다. 거기에 마음 속 즐거운 사연을 적어 금줄 사이사이에 끼워 넣을 거라고 한다. 모두들 입가에 함박웃음을 머금고 편지지에 무언가를 적어 넣는다. 길다란 금줄 사이사이에 고이 접은 편지지가 끼워지고 마당 한 쪽 장독대에 금줄이 걸린다. 저 마다의 사연이 오래도록 이 집 마당에서 햇살과 바람과 집주인의 손길을 받을 것이다.

   
시퍼포먼스가 끝나고 우리는 김도형 기타리스트의 기타 반주에 맞춰 ‘제주도 푸른 밤’을 합창했다. 사회자가 마지막 멘트를 한다. “값진 봄 날 나들이가 된 것 같습니다.”라고.

 

고향에 살면서 고향이 그리운 우리들!
장독대가 놓여 있는 마당에서 서로의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은 바람난장이다.

 

글 손희정
사회 정민자
번역 이야기 김석희
팬플루트 연주 서란영
기타연주 김도형
시퍼포먼스 김정희와 시놀이(김정희·이혜정·이정아·장순자)


*다음 바람난장은 4월 14일(토요일) 오전 10시 30분, 서귀포시 서홍동 변시지 화백 추모공원에서 펼쳐집니다.

 

*‘예술나무심기 프로젝트’에 도민 여러분들의 후원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예술나무심기는 문화예술의 향기를 전도에 퍼뜨리고, 무분별한 개발로 훼손된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바람난장이 마련한 프로젝트입니다. 제주의 환경과 생태가 안정화되는 날까지 나무심기는 계속됩니다.

 

바람난장 가족들이 정성스럽게 본인의 바람을 담은 편지를 금줄 사이에 끼워 넣고 있다.
바람난장 가족들이 정성스럽게 본인의 바람을 담은 편지를 금줄 사이에 끼워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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