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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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희, 제주문화교육연구소 소장

4월이면 제주는 꽃 섬이 된다. 매화꽃·동백꽃·벚꽃·유채꽃·개나리꽃들과 함께 얼어 있던 대지가 열리면 제주도는 꽃물결로 가득 찬다. 꽃이 주는 아름다움과 식물의 증산작용에서 나오는 공기들은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사람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기분을 온화하게 해준다.

사람들은 벚꽃잎이 흩날리는 꽃길을 걸으며 시인이 되고 누군가는 벚꽃에서 일본을 떠올리며 분개하기도 한다. 동백꽃의 붉은 꽃송이가 주는 강렬한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다른 이는 동백꽃에서 제주 4·3의 아픔을 기억한다.

“꽃은 꽃일 뿐이다”라고 하여 꽃 자체를 즐기고 감상하고자 하나 이미 사람들은 꽃에 씌워진 이데올로기를 읽는다. 그리고 지구촌의 국가와 도시는 자국(自國)의 이미지를 알리기 위해 꽃을 이용한 문화를 만들어 낸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게 꽃을 만나는 곳으로 여행객들은 제주도하면 유채꽃을 떠올린다. 제주는 매화꽃 축제를 시작으로 다양한 축제를 열어 사람들을 유인한다. 그러나 제주도를 상징하는 꽃은 참꽃이고 나무는 녹나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꽃을 지정할 때, 참꽃의 붉은 꽃무리는 도민의 불타는 의욕과 응결된 의지를 나타내고 꽃잎은 도민들의 단결과 질서, 평화로운 발전을 향한 밝은 전진적 기풍을 상징한다고 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꽃이 있다. 개인은 자신이 좋아 하는 꽃을 보며 웃음꽃을 피우고, 학교나 기관은 꽃을 선택하여 자신들의 상징으로 삼는다. 상징은 그 단체가 갖는 가치관이 무엇인지 알리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은 무궁화꽃이다. 가파도의 항일운동가 김성숙은 일제시대 신유의숙(가파초등학교 전신)의 교표(敎標)를 무궁화꽃으로 지정하여 일본인의 감시를 받기도 했다.

사람들은 벚꽃을 일본의 나라꽃으로 인식하고, 튤립하면 네덜란드를 떠올린다. 유채꽃은 봄을 알리고, 코스모스가 피면 가을이 왔구나하며 꽃에서 계절을 만난다. 꽃에는 자연의 변화가 있고 사람들이 만들어낸 문화들이 공존한다.

일제시대 일본인들은 우리나라의 마을과 궁궐에 벚나무를 심어 화사하게 만들었다. 일제시대에도 봄이 되면 식민지에서 벚꽃놀이를 즐겼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한반도 곳곳에 심어놓은 벗나무는 일제를 연상시킨다고 하여 해방 후 지역주민들에 의해 베어졌다. 미국 워싱턴시에서는 1935년부터 벚꽃축제가 열렸는데 일본이 진주만을 폭격하자 워싱턴시의 벚꽃을 잘라내자는 여론이 들끓었다. 이처럼 꽃은 민족정신이 투영돼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다르게 인식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벚나무는 765년 ‘왕사 충담스님이 경덕왕을 만날 때 앵통(櫻筒, 벚나무 껍질로 표면 장식을 한 것)에 차 끓이는 도구를 담아 가지고 왔다’는 기록과 조선 효종 때 활 재료로 쓰기 위해 산벚나무를 서울 우이동과 장충동에 심었다는 기록이 있다. 제주에서는 산벚나무를 이용해서 가구를 만들기도 했다. 오랜 세월 함께 해온 왕벚나무는 우리의 나무였지만 어떻게 꽃을 상징적으로 이용하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했다.

국가나 지역을 대표하는 우리의 꽃과 나무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잊히지 않도록 지속적이고도 애정 어린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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