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을 만나다
전설을 만나다
  • 제주신보
  • 승인 201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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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 동티모르 교육자문관·시인/수필가

“혹시 김감독님 아니세요?”
“예, 김신환입니다. 누구신지요?”
“베코라에 근무하는 이영운 자문관입니다. 오랫동안 뵙고 싶어 했는데 오늘 드디어 만나네요.”


오늘은 코이카 단원들이 라멜리우 호텔에서 안전 교육을 받는 날이다. 전반부 연수가 끝나고 밖에서 좀 쉬고 있는데, 우리 단원이 아닌 분이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풍채나 흰머리의 뒷모습을 보니 꼭 김감독님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사를 했더니 바로 김신환 감독님이었다.
사실은 얼마 전에 김감독을 잘 하는 분에게 한번 인사도 드리고 식사도 함께 할 수 있도록 부탁해 두었었다. 우선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기꺼이 포즈를 취해 주었다. 그리고 좀 긴 시간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지금까지 별로 알려지지 않았었던 이야기인데 김감독님도 나처럼 아주 초창기 코이카 자문관으로 이곳에 파견되었었다고 한다. 체육분야 특히 축구 지도를 위해 파견되었다고 한다. 처음엔 사모님도 함께 생활했었는데, 사모님은 금방 귀국했다고 한다. 코이카에서 지급하는 생활비를 거의 모두 이곳 유소년들에게 밥도 사먹이고, 축구화, 공, 스타킹 구입 등에 거의 다 써버리니 도저히 생활을 이어갈 수 없었다는 것이다.


요즘은 또 나이도 들어가고 하는데, 모아둔 재원도 노후 생활 자금도 없으니 고민이 많이 된다고 한다. 그의 이곳 생활은 17년이 된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엮이고 하다 보니 인간관계의 어려움도 많이 겪게 되고, 또 헤어짐의 아픔도 너무 잦아 힘들어 하고 있다.


김신환 유소년 축구 감독! 언론에 이미 많이 보도가 되었지만 그는 정말로 축구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분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축구 영화 ‘맨발의 꿈’을 통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주인공이 바로 김감독님이다. 그는 한국에서 축구와 사업의 실패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 갓 독립한 동티모르를 찾았다. 그러나 역시 불안한 정세와 지독한 빈곤을 보면서 귀국하기로 결정했다. 귀국 전날 숙소 근처 운동장을 찾았다가 운명처럼 축구에 빠져있던 아이들을 만났다. 그는 해병대, 현대자동차 프로 축구선수였고, 허정무 감독과는 해병대에서 함께 축구를 했었다.

 

그리고 유소년 지도 2년, 팀 창단 1년만인 2004년 전 세계 32개팀이 출전한 제30회 리베리노컵 유소년 국제 축구대회에서 우승했다. 그 다음해인 2005년 대회에서도 역시 우승했다. 특히 첫 출전한 대회에서는 예선, 준결승까지 6게임 동안 단 한 골도 내주지 않는 철벽 수비를 보였으며, 결승에서는 최강의 일본팀을 4대2로 격파했다. 유소년팀은 초등학교 3학년에서 6학년까지 어린이들로 구성된다. 사나나 구수마오 초대 대통령은 아무 것도 없는 알려지지도 않은 나라에, 큰 영광을 주고 국제적으로 나라를 크게 홍보했다고 해서 두 차례나 훈장을 수여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도 국가에서의 지원이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아이들이나 자신은 여전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는 나에게 덧붙여 말했다. 자신은 우선 예의범절을 가르친다고 했다. 시간관념을 철저히 지니게 하고, 게으로거나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소위 해병대 정신으로 물리적 벌칙도 마다하지 않으며, 학부모들도 이런 과정을 통해 체력도 기르고 기술이 커지기를 원한다고 한다.


빈곤과 질병, 무지로 고통 받고 있는 21세기 최초의 신생독립국 동티모르 국민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준 김신환 감독, 그는 분명 이 시대의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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