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春, 새 빛 되게 하소서
봄春, 새 빛 되게 하소서
  • 제주신보
  • 승인 201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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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섭, 시인·수필가

세월이 빠름을 느낀다. 지난 겨울 제주지방에 설국(雪國)을 연출하듯이 새하얀 눈이 많이 내리고 혹독한 한파 속에 길고 긴 한 겨울을 보냈다.

삼월을 맞고 보내며 사월을 맞았다. 며칠 전에도 전례 없이 눈발까지 내리는 진풍경을 봤다. 한겨울 날씨 같았다. 게다가 제주의 삭풍까지 불어대니 노령화 시대에 접어드는 나이 드신 분들의 몸과 마음이 움츠려들어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퇴각하는 동장군이 마지막 발악을 하고 심술을 부리는 모양이다. 이른바 꽃샘추위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글이 있다. 봄은 왔지만 날씨가 봄 같질 않다는 뜻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 딱 들어맞는 얘기인 것 같다.

나라 안이 어느 하루 조용한 날이 없으니 국민의 마음만 이중적 잣대로 갈라놓고 있어 우리의 마음까지도 움츠러들 게 하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성추행이다 뭐다 마음, 숙연함이다.

꽃샘추위가 반가운 손님은 아니지만, 이러한 계절을 이겨내야 진정한 봄이다. 꽃샘추위는 봄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자연이 정한 통과 의례요, 전령이다. 겨울의 끝자락을 아쉬워하는 꽃샘추위는 꽃의 수명을 더 오래가게 만든다고 한다. 매화는 아무리 추위와 혹독한 겨울이 와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런 추위를 이겨내야 봄꽃이 더욱 아름다운 게 아닌가.

계절뿐 아니라 우리 인생에도 꽃샘추위가 있다. 삶이 어렵고 인생의 가시밭길을 지나야 꽃피는 봄이 오는 것처럼 또한 아무리 춥거나 여름의 더위도 한때뿐이다

꽃샘추위가 물러난 자리에 오는 봄은 더욱 찬란하다. 여기저기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에 산새소리가 지저귀고, 바야흐로 꽃들의 축제가 시작된다.

4월의 봄은 제주도민의 4·3의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억울하게 가신님 들의 영혼의 마음을 달래며 연분홍 벚꽃이 온 거리를 펼쳐놓았다. 그리고 살랑거리는 봄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지나갈 때. 아픔을 같이 했다. 그러다 홀연히 떠나버린 지금은 샛노란 유채꽃이 봄바람에 하늘거리며 드넓은 제주의 들판을 샛노란 물결로 손님을 맞으며 개나리와 진달래 철쭉꽃이 화려하게 피고 있다.

나무와 꽃들은 저마다의 자기다운 꽃을 피우리라. 꽃은 그 누구도 비교하거나 닮으려고 하지 않는다. 자기의 개성만으로 조화를 이루어 인간에게 분수에 맞는 삶의 가르침을 주고 있다.

삼월은 신학기를 맞는 학생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맞는 봄이라면, 초로(初老)의 동산을 올라가는 우리들은 삶의 무게를 느낀다, 가로수 나뭇가지마다 연둣빛 새싹들이 온 거리에 아늑함을 주고 있는 것처럼 우리의 삶에도 중심을 잃지 않으며, 향기를 팔지 않고 사노라면 진청색 보리밭 길을 거닐며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새 빛 되게 하소서 하며 청춘의 일기책을 써본다.

봄의 전령사인 개나리는 개나리답게 진달래는 진달래답게 피면 된다. 꽃들은 이처럼 서로 비교하려 들지 않는데, 사람들은 자기와 남을 색깔로 비교하며 힘들어한다.

하긴 꽃 중의 꽃, 향기를 내뿜는 꽃으로는 한겨울 척박한 땅. 담돌 틈새에 핀 수선화 그리고 늦가을 들녘에 핀 들국화 이상 없다. 사람은 사람다운 냄새가 내뿜을 때만이 이 사회가 밝아질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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