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지역화폐의 가능성을 모색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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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혜경, 제주학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논설위원

지난 1월 냉전경관과 평화관광 세미나 차 서울에 갔다가 현지답사로 강원도 철원철새평화타운에 들른 적이 있었다. 그때 필자는 철원철새평화타운에서 신선한 경험을 한 뒤, 잊고 있었던 숙제 하나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것은 지역통화 혹은 지역화폐(community currency)라 불리는 것과 관련된 것이었다.

우리 일행은 철원철새평화타운을 둘러보기 위하여 표를 예매하였는데, 예매 후 지역 바우처 형태로 관람료의 일부를 환원 받았다. 그 바우처는 철원 지역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였다. 마침 예매처 앞에 철원쌀을 비롯하여 기념품을 파는 곳이 있어서, 우리 일행은 철원쌀을 구매하여 나누어 가졌다. 필자는 이 아이디어가 누구에게서 나왔는지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지역 주민들의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역에서 소비되는 돈이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중앙으로 이동되는 경로와 달리, 지역 바우처를 통해 지역에서 소비되는 돈을 지역사회에 묶어두거나 환원시키는 이 방법에 필자는 매우 큰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지역의 판매자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바우처를 사용하던지, 사용하지 않던지 간에 손해를 볼 일은 없다. 만일 소비자가 받은 바우처를 사용하여 지역의 특산품을 산다면, 바우처를 통하여 지역 생산물 생산 독려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누구나 여행지에서 기념품을 사려는 욕구를 지역 바우처에 잘 녹여낸 것이었다. 또한 지역 바우처를 통하여 관람료를 지역사회에 환원시키는 과정이기도 하였다.

비슷한 경험을 작년에 한 적이 있었다. 일본 규슈 지역에 갔을 때, 섬 지역에서 사용가능한 ‘시마도쿠’라는 화폐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시마도쿠를 이용하면 물건의 정상가보다 할인하여 살 수 있기 때문에 섬 관광객들은 섬을 방문할 때, 이 시마도쿠를 교환하여 사용하였다. 이것은 섬 지역 활성화 정책과 연결되어 있었으며, 자원이 지역사회에 환원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위 두 사례 모두 지역 바우처와 지역화폐의 모호한 경계에 있는 것이었지만, 지역사회를 활성화 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원래 지역화폐는 지역사회 활성화 및 공동체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차원에서 시작되어 지역사회 상호부조 증진 및 주민들의 사회적 관계에 기반을 둔 경제제도 재구성 등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 받아왔다. 그래서 오랫동안 지역사회운동으로 평가 받고 실험되어 왔다. 전 세계적으로 2000여 지역 이상이 이 운동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내용과 형태도 다양하다.

다만 공통된 지향점이 있다면, 주민들 및 지역공동체가 연대의 원리에 따라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추상적 제도에 지배 받던 상태를 극복하고 주민 자신들이 통제 가능한 사회와 경제 구축을 지향한다. 따라서 이를 두고 ‘사회적 경제’라고 명명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율성과 창의성에 기반한 자율적 시민사회 육성을 지향하기 때문에 지역분권화와도 닿아 있다고 본다.

2009년 제주에서도 지역화폐 공부모임이 있었다. 연구자, 시민 활동가 등이 참여한 모임이었다. 지금으로부터 9년 전 일이기는 하지만, 제주공동체를 활성화시키는 것과 관련하여 지역화폐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누었던 논의 중 하나가 기억난다. 제주에서도 입도 관광객이나 주민들이 지역화폐를 구매하여 제주에서 사용한다면 제주 경제와 공동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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