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향’ ‘귤로향’ 한 상품 두 이름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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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농협과 제주감협이 감귤 신품종에 대한 브랜드를 놓고 벌이는 신경전을 보노라면 한숨이 절로 난다. 같은 품종에 서로 다른 이름을 지어주고 마케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명이인(同名異人)이 아닌 동인이명(同人異名)이란 표현이 적절하다. 이러고도 갈수록 선택이 까다로운 소비자를 상대로 어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발 기우이기를 바란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복잡하지만 거두절미하면 이렇다. 신품종 감귤은 ‘남진해’라는 품종으로 제주도농업기술원이 2008년에 도입해 시범 재배 후 농가에 보급했다. 시장에 선보이면서 처음 지어진 이름은 ‘나츠미’ ‘카라향’ 등 다양했다. 그 후 감협이 2015년 ‘카라향’으로 상표 등록했고, 뒤이어 농협이 올해 ‘귤로향’이란 상표로 등록했다. 한마디로 입양된 남진해가 각자의 집안에서 ‘카라향’, ‘귤로향’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어느 쪽을 탓할 수 없다고는 하지만, 벌써 우려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당장 시장에서 소비자의 반응이 걱정이다. 같은 품종의 상품을 이름만 달리해 판매함으로써 이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소비자의 브랜드 인지도는 상승을 기대할 수 없다.

여기에 한 지붕 식구나 다름없는 농협과 감협이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는 것처럼 그들에게 보일 경우 조기에 시장 안착이 힘들다. 물론 제주산 감귤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칫하면 처음에는 생채기에 그칠 수 있지만, 나중에는 심각한 내상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미국산 오렌지의 계절관세 폐지로 제주산 감귤류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서로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이다.

지금은 감성마케팅 시대다. 시장에서 상품이 제값을 받기 위해선 소비자에게 더욱 감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 상품 두 이름’은 감성마케팅과는 거리가 멀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 한 개의 브랜드로 통합해야 한다. 농협과 감협이 해결하지 못하면 생산의 주체인 감귤농가들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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