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신분제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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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편집국장

최근 한 항공사 총수 일가의 ‘갑질’ 파문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갑질’은 권력이나 상대보다 우월한 지위를 가진 자가 약자에게 부당함을 넘어 모욕감을 주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 사회는 오래 전부터 계약서 등을 작성할 때 ‘갑’과 ‘을’로 표시된 일본식 잔재를 써 왔다.

‘갑’은 주인의 성격이었으며 ‘을’은 수탁이나 업무를 수행하는 약자의 개념이었다.

이번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 전반에 크고 작은 ‘갑질’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감정은 개인의 내밀한 영역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영역이기도 하기 때문에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갑질’에 우리 자신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사회학자인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는 그의 저서 ‘모멸감’을 통해 한국인의 일상을 지배하는 감정의 응어리를 ‘모멸감’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조선시대에 형성된 귀천 의식과 신분적 우열 관념은 급속한 시대 변화 속에서도 외형만 바꾼 채 존재해 왔고, 산업사회 및 소비사회와 맞물려 피곤한 경쟁으로 이어져왔다고 밝혔다.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자신의 위신을 확인하려는 문화가 지속되면서 크고 작은 모멸감이 우리 사회에서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갑’과 ‘을’의 관계만큼 명확한 것도 없다. 조선시대 신분사회를 연상할 정도다.

어쩌면 ‘갑’의 ‘을’에 대한 지나친 우월의식이나 차별의식은 인간의 이기적인 속성상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갑질’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그것이 자신 안에 패배감으로 쌓이고, 이것이 다른 사람을 향한 또 다른 ‘갑질’로 이어질 수 있다. 누구라도 단지 사회적 지위가 낮다는 이유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는 이제 관료적 권위주의사회에서 시민적 민주주의사회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논란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몰염치한 ‘갑질’을 도려내야 한다.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하는 것이 아닌 솔선수범하는 ‘갑’들의 자각과 자성, 의식전환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갑질 문화’의 개선을 위해서는 단순히 개인의 도덕적 품성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사회적 차원에서 접근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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