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학의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계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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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성, 前 제주국제대 교수·논설위원

제주지역에 재단이 같은 T대와 S대가 K대로 통합되고 얼마간의 시간이 경과한 뒤 T대의 시설과 부지매각이 결정돼 돈이 들어올 즈음 체불임금 소송에서 승소한 일부 교직원들이 T대 자산을 압류하자 매각 대금 전액이 입금되면 해결할테니 협조해달라는 학교 측의 요청이 수용되지 않았다. 이 교직원들은 승소해 판결 받은 액수에다 판결시점부터 당시까지의 이자까지 합산해 1억 수 천만 원씩 수령했다 한다.

사태 추이를 관망하며 ‘학교가 정상화되고 입시도 성공하면 어련히 해결해줄까’ 신사도(紳士道?)를 발휘해 기다리던 일부 교직원들은 닭 쫓던 개, 텅 빈 하늘 쳐다보듯 멍하니 수년을 기다렸는데 올해 4월에 들어서야 학교 측으로부터 두 가지 해결 방안이 제시됐다. ‘첫째, 이자 없이 체불원금을 120개월로 분할 매월 지급. 둘째, 체불원금에서 30% 삭감한 금액을 일시불로 상환. 양자 중 택일토록 요청함.’

임금 문제는 어떤 조직이든 그 구성원 가족의 생계가 걸린 문제이므로 신중하고 형평의 원칙에 따라 해결돼야 하고 당사자들과 협의해 원만하게 길을 찾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일단, 소송 전 어느 시점부터 오랫동안 삭감된 임금을 받아왔던 교직원들의 열패감이나 좌절감이 컸을 터인데, 이번 제안은 학교 당국의 일방적인 독주로 관련 교직원들의 불만이 큰 모양이다.

서울의 사채고리대금 이율이 평균 30~40%라는데 체불임금, 원금의 30% 삭감에서 사채업자와 대동소이하니 학교 체면이 꼴사납게 돼버렸다. 결정에 앞서 총장이 이사장 참석 하에 모임을 주관하고 체불임금 관련 교직원들(퇴직자포함)을 초치해 학교의 재정 상황을 설명하고 이자 포기·양보를 요청하던지 아니면 원금에서 몇 퍼센트 삭감 양보를 유도하는 등 중의(衆意)를 모았다면 무난한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기실, 임금 소송을 하지 않은 사람, 또한 1차 소송만 하고 2차 소송을 포기한 사람도, 이자까지 포함에 체불임금을 받아간 사람과 동일한 조건으로 임금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허나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차선의 방법을 마련해야 무리가 없는 법이다. 굶주린 자식이 10명인데 부모가 세 명에게는 떡을 주고, 일곱 명에게는 안 준다면 그 불공평한 처사를 누가 흔쾌히 감내하겠는가.

일례로, 누군가 어떤 사안을 헌법 재판소에 위헌소송절차를 거쳐 바람직한 결과를 얻었다면 그 혜택이 소송한 당사자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항에 관한 건은 전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과 같은 이치여야 한다는 얘기이다.

불원간 학교에서 도에 일부 부지매각으로 수십억이 들어오기로 된 상황에서 도무지 설득력이 없다.

학교의 중추가 되는 교수, 교직원의 후생 복지와 화합이 제대로 안되면, 어느 학교든 문제의 불씨를 안고서 예고 없이 망하는 길로 직행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시설 투자도 중요하지만 신바람 나는 직장 분위기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대외적으로 학교에 대한 인식도 좋아지고 신바람 나게 학생을 유치하고, 신바람 난 강의를 하며, 신바람 나게 학생 취직도 시킬 것 아닌가.

속담에 ‘곳간에서 인심난다’했고, 논어에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행하지 말라)’이라 했다. 일방적 주장만 하지 말고 역지사지를 하라는 금언이다.

어떤 유명작가가 저서에서 언급한 말이 떠오른다. ‘한국은 분단으로 인하여 섬처럼 되어버린 좁은 나라에서 5000여 만이 부대끼며 살다보니 성격이 편협하고 고집스러운 사람이 많아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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