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의 판도라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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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의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전국 25개 로스쿨별 변호사 시험 합격률의 공개로 불편한 진실이 드러났다. 일반인이 보기엔 로스쿨만 합격하면 변호사는 ‘따놓은 당상’인줄 알았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올해 7회는 합격률 1위 대학이 78.7%지만 하위 3곳은 20%대를 기록했다. 하위 3곳 모두는 지역민들의 열망과 기대를 안고 출범한 지방대 로스쿨이다. 이에 따른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벌써 통폐합 이야기가 대한변협을 중심으로 나오면서 하위권 지방대 로스쿨은 사면초가 위기에 몰리고 있다.

▲‘변시 낭인(浪人)’이란 신조어도 생겼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에 떨어진 이들을 말한다. ‘고시 낭인’이 사라진 자리를 그들이 채우고 있는 셈이다. 변시는 로스쿨 졸업 후 5년 이내에 5회까지만 응시할 수 있다. 이른바 ‘5진 아웃제’를 적용하고 있다. 5회 모두 떨어지면 변호사가 될 기회가 사라진다.

이미 로스쿨 1·2기생 중엔 다섯 번 떨어진 이른바 ‘오탈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변시 응시자의 평균연령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7회 시험에는 평균 32.3세로 집계됐다.

사정이 이러자 로스쿨 1기생을 중심으로 “응시 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평등권과 직업 선택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헌재는 “사법시험 폐해를 극복하겠다는 로스쿨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 응시 기회에 제한을 둔 것은 적절한 수단”이라며 합헌(合憲) 결정을 내렸다.

지금으로선 ‘각자도생(各自圖生)’ 외엔 어떤 해결책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변협이 합격자 수 확대에 대해 절대 반대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세계적인 법학자이자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로스쿨 교수인 브라이언 타마나하의 저서인 ‘로스쿨은 끝났다’(Failing Law schools)가 국내서도 화제가 된 적 있다. 그는 “미국 로스쿨은 취업률 하락, 치솟는 등록금, 어마어마한 학생 부채, 비대해진 교수단, 각종 비리와 비난 여론 등으로 과거의 명성은 잃었다”고 했다. 실제로 과거 수십 년간 미국 로스쿨은 황금기를 구가하며 출세와 성공의 지름길이었다. 그런 로스쿨이 내부자에 의해 ‘끝났다’는 말을 들을 지경에 이른 것이다.

우리의 로스쿨은 올해로 도입 10년이다. 이제야 출발인데 오리무중에 빠져드는 느낌이라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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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8-11-01 16:01:40
이래서 사법시험이 부활하든 예비시험이든 방통로든 도입되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