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축업·4H클럽·경로당·호스피스 병원 등 설립
마지막까지 후원회 열며 제주인 위해 봉사
60여 년 동안 제주를 위해 헌신한 패트릭 제임슨 맥그린치(한국명 임피제) 신부가 23일 오후 6시 27분께 선종했다. 향년 90세. 맥그린치 신부는 이달 초 건강이 악화 돼 심근경색과 신부전증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다.
‘푸른 눈의 돼지 신부’로 불리며 제주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목축업 교육을 전파한 그는 평생을 제주 땅에서 봉사하다 이 곳에서 눈을 감았다.
1928년 아일랜드에서 수의사 아들로 태어난 맥그린치 신부는 사제서품을 받고 1954년 성 골롬반외방선교회 선교사로 제주 땅을 밟았다.
제주시 한림본당에 부임한 그는 당시 한국전쟁과 4·3을 겪어 피폐해진 제주 주민들을 안타까워하며 사람들을 돕기로 마음먹는다. 먹을 것 조차 없어 늘 기아에 허덕이던 주민들을 위해 맥그린치 신부는 육지로 나가 암퇘지 한 마리를 사들여 도민들에게 나눠주고 주민들과 함께 척박한 땅을 일궜다. 이는 아시아 최대의 양동목장인 성 이시돌 목장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됐다.
4H클럽을 만들어 청년교육을 교육했고, 신용협동조합을 창립해 경제적 자립의 토대가 되도록 했다. 농업기술연수원을 설립해 우유·치즈·배합사료공장을 처음 제주에 설립했다. 수익금으로 소외계층을 위해 경로당, 요양원, 유치원, 노인대학 등을 설립해 운영했다. 2002년에는 저소득층 사람들도 존엄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무료 간병 시설인 호스피스 병원 설립을 추진해왔다. 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를 만들어 각종 사회복지사업을 벌였다.
그는 지난해 열린 ‘성이시돌 호스피스 병원 후원 및 임피제 신부 평잔 발간 기념식’에서 “1954년 제주 한림 성당에 부임해 하느님께 ‘도와달라’ 기도를 드렸더니 기적이 몇 번 생겼다”며 “그 중 하나가 호스피스 병동인데, 사람이면 지위, 재산 등 모든 걸 막론하고 고귀한 마지막 길을 가야한다”고 말했다. 신부는 마지막까지 후원회를 열며 제주를 위해 한 평생을 받친 것이다.
맥그린치 신부는 2014년 ‘자랑스러운 제주인’으로 선정됐고 2015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모국인 아일랜드 정부로부터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빈소는 천주교 제주교구 한림성당에 마련됐다. 장례미사는 27일 오전 10시 성 이시돌 목장 삼위일체성당에서 진행된다. 장지는 성 이시돌 목장.
주님의 품 안에서 평화와 안식 누리시기를 기도 바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