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를 갚으려는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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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우리 주변에는 착한 심성으로 이웃 어려움에 혀 차는 위로가 아닌 진정함을 함께하는 이들이 있다. 작은 정을 나누는데도 인색한 것이 현실이지만 아름다운 미덕이고 귀감이 되어준다.

손님이 찾아와 지인이 꽤 큰 사업을 시작했는데 다됐다 하는 거래도 예상 못 한 변수로 깨져 가슴앓이를 한다며 옆에서 지켜보기 안타까워 힘겨운 걸음을 했다는 말에 다소 의아했지만, 마음 씀씀이가 예쁘고 다른 의도가 없어 보여 승낙했다. 집안 내력을 알기 위해 아버지 되시는 영혼을 부르니 마치 준비한 듯 나타나 신세 한탄을 했다. 화로 천수를 누리지 못해 억울하며 생전에 가정을 등한시하고 바람을 피워 자식들에게 배다른 형제를 두게 해 부끄러운 가장으로 기억되며 부인에게는 이런저런 상처를 남겨놓은 채 미처 화해하지 못한 것이 한으로 남아 이제라도 용서를 받고 싶다고 전해달라는 당부와 함께 자신을 닮아가고 있는 아들이 걱정된다며 때늦은 후회와 깊은 한숨을 뱉어내며 갈증이 나서 그러니 술을 달라 하기에 단출하지만, 정성으로 대접해주었다.

이때 형태는 죽음 직전의 모습이며 볼 수 있지만 만지지는 못한다. 많은 이야기가 오가지만 주로 듣는 입장이다. 오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반가움은 아니지만, 불청객은 아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갑자기 생각이 들었는지 이 자리를 누가 만들어 줬냐는 질문에 설명했더니 이름을 물어본 후 반드시 고마움을 갚겠다고 미안해했다.

여러 가지 경험으로 볼 때 귀신은 식구 중의 한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데 그 복은 형제자매와 나누라는 뜻이다. 하지만 특별한 경우에는 대신해서 받을 수도 있다. 다음날 전화를 걸어 돕고자 했던 분이 꿈을 꾸었을 텐데 물어보라 하니 잠시 후 연락이 와 돌아가신 이모가 찾아와 주머니 이곳저곳에 돈을 가득 넣어주셨고 편해 보이는 미소를 남긴 채 사라졌단다. 이는 좋은 인연이 나타남을 암시한다. 당장 효과보다는 희망이 보이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그에게 장밋빛 미래를 기대해본다.

기도의 제목은 간절함을 내려놓을 때 소리 없이 다가서며 세상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은 명심하자. 사랑으로 주변을 돌아봐야 하며 지쳐 보이는 얼굴로 당신에게 무엇을 얻고자 하는 눈빛은 바로 신이 보낸 천사의 방문이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그를 안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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