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만들어, 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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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탐나커피 상무이사/논설위원

내 은하수를, 우주를 주겠다는 노래를 들었다.

별빛이 쏟아지는 은하수를 만들어 사랑하는 이를 태우고 어디든 함께하고 싶다는 가사.

20여 년 전의 필자라면, 무한 반복해 들으며 밤을 지새웠을 것만 같다. 요즘은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도’ 잠이 잘 온다.

나만의 우주를 만들어 사랑하는 이에게 주어야겠다는 걸 그 때는 잘 몰랐다. 언제나 스스로를 추스러 세워야 하는 삶 자체가 버거웠다.

말도 잘 안 통하는 이국의 학교에서 밀린 가스요금 고지서처럼 닥쳐오는 숙제를 해결하는 것만도 힘들었다. 초짜 성인으로서 배워야 하는, 적절히 처리해야 하는 인간관계도 만만치 않았다.

우정과 사랑과 욕망 사이를 헤매기도 했다. 뚜렷한 이정표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 때는 ‘멘토’라는 단어도 없었다. 비슷한 고민과 어려움을 가진 ‘선배’가 있었을 뿐이다.

최근 학교에서 기업체로 직장을 옮겼다.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떠나온 학교에는 지난 삼 년간 얼굴을 익혀 온 20여 년 전의 ‘나’ 들이 있다.

성격과 스타일이 다른 교수님들이 내주는 과제를 하느라, 발표 자료를 만드느라, 알바를 하느라, 중국어나 영어 시험 준비를 하느라, 이런저런 자격증 준비를 하느라, 아니면 이런 모든 것들 중에서 어떤 걸 하고 어떤 걸 하지 않아야 할지 고민하느라 바쁜 23살 ‘김용민’들이 있다.

그런 젊은이들에게 우주를 주겠다는 말은 얼마나 허망한가? 월급 300만원 받는 좋은 직장 들어가서 주말마다 오만 원 짜리 스테이크를 사주겠다는 약속이 훨씬 더 현실적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성친구에게서 무엇을 받고 싶은가? 우주? 아니면 매주 오만 원 짜리 스테이크?

대학이라는 영어 단어, University라는 말의 어원은 Universe. 우주, 또는 세계라는 뜻이다. 세상의 모든 지식이 모여 있으니, 대학에서 그 모든 지식을 가르치고 배우라는 말이다. 현실적으로 대학을 다니면서 세상의 모든 것을 배우기는 힘들다. 특히 요즘같이 대학생들이 바쁜 시대에는 자신의 전공 한 가지도 깊이 있게 파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병아리가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오듯, 교복을 벗고나와 이 세상에 스스로의 두 발로 서기 시작한 20대 초반의 4년은 자신 만의 우주를 만들어 나가는 시기다.

무엇으로 그 우주를 만들어야 할지, 그 우주 안에 무엇을 담아내야 할지, 젊은 날의 고뇌는 그런 것이어야 한다. 최근 ‘좋은’ 직장에 취업을 희망하는 ‘도전적인’ 제자와 짬뽕을 먹으면서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학점 몇 점, 무슨 무슨 자격증, 무슨 무슨 인턴십 같은 것으로는 되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지 않은 ‘한 칼’이 있어야 한다고. 자신 만의 우주가 있어야 한다고.

이성 친구, 또는 썸을 타는 친구가 있는가? 상대방에게 한 번 물어보라. 당신은 어떤 우주를 가지고 있느냐고, 그 우주를 내게 줄 것이냐고.

반대로 스스로에게도 한 번 물어보라. 나는 어떤 우주를 만들고 있는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할 우주를 가지고 있는가?

나의 우주,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주겠다는 말은 그래서 그만큼 무겁다. 동시에 아름답고 설렌다. 머리 노랗고 빨간 젊은이 둘이 ‘우주를 줄게’ 라며 부르는 노래에 필자를 비롯한 그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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