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침해 논란 지원서’ 다른 곳은 없나
‘인권 침해 논란 지원서’ 다른 곳은 없나
  • 고동수 기자
  • 승인 2018.04.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 기관이나 단체가 신입 직원을 채용할 때 스펙을 보지 않는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일부의 입사지원서를 보면, 개인의 능력이나 수행업무와 무관한 부모의 직업, 가족 사항 등을 묻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엄연히 차별적이고 인권 침해적 요소에 해당한다.

최근 도내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제주도 지체장애인협회 제주시지회의 계약직 입사지원서가 그 사례다. 이동봉사차량 운행 및 업무보조 계약직 직원 채용 공고를 내면서 입사지원서에 본적을 비롯해 병역면제 사유, 가족 관계, 부모·형제의 생년월일, 부모·형제의 직업, 가족과의 동거 여부 등을 기재토록 하고 있다. 누가 봐도 지원자의 인성·능력과는 상관없는 사항이다.

여기에 시시콜콜하게 취미·특기 등 개인 생활이 노출될 수 있는 정보를 묻고 있다. 비록 선택사항이라고 하지만 경제 상황, 가족력, 학력 등은 개인정보로 수집하고 있다. 청년 실업난 속에 이를 게재하지 않고 넘어가는 ‘간 큰 지원자’는 없을 것이다.

협회 측이 즉각 “문제의 부분을 삭제해 재공고하겠다”고 밝힌 것은 다행이지만, 취업준비생들 입장에선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사항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듯이 취업 전선에서 상당수 공공기관들의 채용 비리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한 수험생이 “좁은 지역사회에서 ‘본적’을 묻는 것은 결국 ‘괸당(가까운 관계 및 친인척)’을 뽑겠다는 것이 아니냐”며 반문하겠는가.

공공기관은 지난해부터 입사지원서에 출신 지역, 신체조건, 학력을 기재하고 사진을 부착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채용 단계에서 편견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이 여타 기관·단체에도 조속히 정착될 수 있도록 홍보와 지도에 힘써야 한다. 그래야 오늘도 악전고투하고 있는 청년 구직자들에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다 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