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하늘은 땅 중심으로 회전…1년 사계절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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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지방’ 우주 모형, 7천년간 전승
명청시대 매해 천지에 풍년농사 기원
‘천지인 사상’…제주 산담에 깃들어
원·사각형 조화…사람·영혼도 상징
산담 천원지방도天圓地方圓. 그림=김유정
산담 천원지방도天圓地方圓. 그림=김유정

초기 산담의 모습

흙과 돌을 날라 무덤을 만들었다라는 뜻인 토석영총(土石營塚)이라는 말은 15(1430)에 처음 등장하지만 오늘날 산담같이 쌓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경주 김씨 가의 무덤의 산담을 보면 산담의 시기와 모양을 유추할 수 있다. 경주 김씨 가의 방묘는 전해 오는 것이 4세손 김자신(金自愼)까지이고, 5세손 김보(金譜)부터는 원묘에 산담을 둘렀다. 김보(金譜)는 명종 17(1562)에 서거했으니 입도 4세까지 방묘에 산담을 두른 것은, 훨씬 후세의 일이다.

제주의 원묘 가운데 김보의 원묘가 현존 가장 오래된 무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원묘에 두른 산담 또한 초기 산담의 원형이 잘 남아 있는데 조선 후기 용묘의 산담과는 축조 방법이 다르다.

산담 안쪽과 바깥쪽을 굵은 담으로 쌓고 그 사이를 채우는 방식이 아니라 잡담처럼 그대로 올려 쌓는 방식을 취했다.

천원지방

산담을 보면 천원지방(天圓地方) 사상이 금방 떠오른다. 천원지방(天圓地方)의 개념은 둥근 하늘과 땅의 모형을 상징하는 원시 관상대의 사각형 모양에서 기원한 것이다.

이 천원지방의 개천설 우주 모형은 역사 시대 이전 하모도 문화에서 시작해 원명(元明)시대가 끝날 때까지 약 7천 년 동안 전승되었다.

공자도 천도왈원(天道曰圓), 지도왈방(地道曰方),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라고 했는데 이는 단지 기하학적 모양을 가지고 천도(天道)와 지도(地道)에 비유한 것이지 결코 하늘은 원형이고 땅은 사각형이라는 의미는 아니다고대인들은 천원지방(天圓地方)으로 자신들의 천상신국(天上神國)을 건설하려 했다.

중국 양저(良渚)문화의 무덤 유물에 나타난 옥종(玉鐘)과 옥벽(玉璧)을 보면, 옥종(玉鐘)은 원형으로 되어 있으며, 옥벽(玉璧)은 외원내방(外圓內方)으로 되어있다. ‘주례(周禮)’, “푸른 옥은 하늘에 제사 지내고, 황종(黃琮)은 땅에 제사 지낸다.”라고 하여 제사의식도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예에 따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천원지방(天圓地方) 사상은 역사시대 이후에도 기록이 전해지고 있는데 주역(周易) 설괘전에서 건위천 위환(乾爲天 爲圜) “건은 하늘이요. 원이다”, 곤위지(坤爲地) 위대여(爲大輿) “곤은 땅이요. 큰 수레이다라고 하였다.

()은 원()과 같으므로 천원(天圓)의 의미가 되고, (輿)는 사각 수례에서 그 뜻을 취했기 때문에 지방(地方)의 의미가 된다.

천원지방(天圓地方)은 회전하는 하늘을 의미한다. 하늘이 대지를 중심으로 회전하는 것을 주()라 하고 그 결과 1년에 사계절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명청 시대의 우주 모형이 남아있다. 천단(天壇)은 자금성 남쪽에, 지단(地壇)은 자금성 북쪽에 위치한다. 자금성은 하늘의 자미원(紫微垣)에 비유되며, 황제는 스스로를 북극성이라고 여기고 있어 천지에 중심에 거처하는 것과 같다.

명청시대 황제들은 매년 동지(冬至)에 천단(天壇)에 가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농신(農神)에게 제사를 지냈다.

하지(夏至)에는 지단(地壇)에 가서 대지의 신, 산과 강, 바다에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 수확이 풍성하기를 기원햇다.<天文考古通論·2017>

 

위에서 바라본 제주 산담의 전경. 산담에는 천지인(天地人) 사상이 스며들어 있다.
위에서 바라본 제주 산담의 전경. 산담에는 천지인(天地人) 사상이 스며들어 있다.

산담의 천원지방 사상과 천지인 사상

산담을 잘 관찰하면 원형과 사각형의 조화를 볼 수 있다. 산담 초기에는 사각형에 가깝게 담을 쌓았는데 조선 후기가 되면 이 사각형이 부등변 사각형으로 변하면서 사다리꼴 모양으로 변한다. 산담 앞쪽이 산담 뒤쪽보다 점점 줄어드는 비례를 보인다. 이는 조선 후기에 유행한 용묘의 형태가 원형의 봉분에다 꼬리 부분이 생겨나는 봉분의 모양을 따라서 산담을 조영(造營)한 까닭으로 생각된다.

산담의 출현 배경을 생각해 보면, 산담이 단지 목축의 피해를 막기 위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성리학이 제주에 도입되면서 그 사상의 영향도 있었다는 것도 당연하다.

산담은 주자가례도입 후 시작된 것이 분명하다. 가례서, “()에는 근본과 문식(文飾)이 있다.

집에서 행하는 것부터 말하자면 명분을 지키는 것과 사랑하고 공경하는 진실이 그 근본이다라고 하여, ‘가례를 만든 것은 명분을 신중히 하며 사랑과 공경을 숭상하는 것이 그 근본이라는 것이다.”

유교의 근본유학(根本儒學), 즉 선진유학(先秦儒學)의 원형인 공맹(孔孟) 사상을 송대(宋代)의 주렴계(周濂溪)와 정명도(程明道정이천(程伊川)이 계승한다는 도통론(道統論을 정립하였으며, 이에 기초한 경학(經學) 체계와 그 철학적 기초로서 성리학을 확립하였으며, 그 집대성 한 것이 바로 주자(朱子)이며, 그 학풍을 도학(道學)이라 일컫게 된 것이다.

이후 성리학은 송대와 명대에 걸쳐 활발하게 일어났던 도학과 심학(心學)을 묶어서 이학(理學)으로 일컫게 된 것이다.<금장태·1999>

천원지방 사상은 하늘과 땅의 이치에 대한 그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이다. ‘회남자(淮南子)’둥근 하늘과 네모난 땅 사이에 길이 있는데, 해는 덕()을 베풀고, 달은 형()을 행한다. 달이 이지러지면 만물은 죽고, 해가 남쪽에 이르면 만물은 태어난다고 하여 천지의 조화를 중시 여겼다. 후에 이것이 더욱 발전하여, 천지인 사상으로 진행된 것이다.

춘추번로(春秋繁露)’, “하늘의 덕은 베푸는 것이고, 땅의 덕은 변화시키는 것이며, 사람의 덕은 의로운 것이다. 사람에게는 360마디가 있어서 하늘의 수와 짝을 하고 형체와 골육(骨肉)은 땅의 두터움과 짝을 한다. ()사람은 홀로 곧바로 서서 단정하게 높이여 정정당당한 것이다. ()사람의 몸에서 머리가 동고란 것은 하늘을 본뜬 것이고, 머리털은 별과 별을 본뜬 것이며, 귀와 눈이 이르는 것은 해와 달을 본뜬 것이고, 코와 입으로 호흡하는 것은 바람과 기()를 형상한 것이며, 가슴속에서 아는 것이 이르는 것은 신명(神明)을 형상한 것이고, ()와 태()가 실()하고 허() 한 것은 온갖 사물을 형상한 것이다. ()하늘은 한 해를 마치는 수()로써 사람의 신체를 성취한다. 작은 마디 366개는 1년의 일수와 적합한 것이다. 큰 마디는 12개로 나누어졌는데 12달과 적합하다.”

주역(周易)’, 사람은 땅의 이치를 따르고, 땅은 하늘의 이치를 따르고, 하늘은 도의 이치를 따르며, 도는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데 이것이 천지인(天地人) 3()라고 한다.

제주 산담의 형성 원리는 바로 이 천지인(天地人) 사상이 스며들었다.

봉분은 둥근 하늘을, 산담은 네모난 땅을, 지절과 용미까지는 사람()을 상징하고, 관의 칠성판은 북두칠성으로 가는 영혼을 상징하는 것이다.

설괘전, “하늘은 높이 있어 우러러보고, 땅은 낮게 있어 가까이 친한다. 하늘을 건이라 하고 땅을 곤이라 한다. 높고 낮음이 뚜렷하니 귀()와 천()의 자리도 그러하다. 움직임과 고요함도 늘상 따라 생겨나니 강하고 부드러움을 결단한다. 건은 대도(大道)의 시작을 알게 하고, 곤은 만물을 길러 완성한다. ()친함이 있은 즉 오래가야 할 것이요. 공덕이 있은 즉 커야 할 것이다. 오래한다는 것은 어진 사람의 덕이요. 크다할 수 있는 것은 어진 사람의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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