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所懷/微韻(마음속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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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詩 撫耺 金祥玉(작시 무운 김상옥)

無心散步出來歸 무심산보출래귀 무심코 바람 쐬고 돌아오는데/

遠見農家窟炑霏 원견농가굴목비 멀리 농가에 굴목연기 피어오른다/

衆聚舍廊嬉博夜 중취사랑희박야 사랑엔 여럿 모여 긴 밤 어울려 놀며/

比隣笑話素情肥 비린소화소정비 우스개에 이웃 간 온정 넉넉하리라/

 

■주요 어휘

▲無心(무심)=감정이나 생각하는 마음이 없음 ▲散步(산보)=바람 쐬며 이리저리 거닒 ▲出來(출래)=안에서 밖으로 나옴 ▲窟炑(굴목)= ‘굴목’의 音借(음차, 소리를 빌림)로 구들에 불을 때게 만든 아궁이(제주 방언). 燒炕(불사를 소, 말릴 항) ▲霏=조용히 오는 비,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양 ▲嬉=즐길 희. 놀다. 아름답다 ▲博夜(박야)=기나긴 밤 ▲素情(소정)=본래부터의 감정 ▲肥=살찔 비. 넉넉해지다

 

■해설

지난 2월 별다른 생각 없이 석양이 질 무렵 바람 쐬러 집을 나서 한 참 걸었다. 무심코 바라보는 시야에 굴목 연기 피어오르는 작은 마을이 들어온다.

어린 시절 외가에 갔을 때 상방에 불을 지피고 동내 어른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던 모습이랑 한겨울에 굴목지핀 친구 집에서 즐겁게 놀던 생각에 잠겨 보았다.

오늘날 우리들은 이웃 간의 관계는 어떠한가? 물론 곳에 따라 다정히 정을 나누는 곳도 있겠지만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산업이 발달하고 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이웃 간의 관계가 쉽게 형성되지 못하고, 더욱이 핵가족화의 영향도 크리라 생각된다. 또한 다변화하는 사회에서 바쁜 생활이라 모든 일정을 자신과 가족위주로 짜여 있는 경우가 많은 현실이다.

사정이야 그렇지만 예전처럼 이웃 간 다정하게 지내는 오붓한 정을 그리워하며 7언절구로 한 수 지어보았다.

이시의 압운은 평성 미운(微韻)으로 歸, 霏, 肥이며, 평측은 평기식 정격으로 ‘平平仄仄仄平平, 仄仄平平仄仄平, 仄仄平平平仄仄, 平平仄仄仄平平’이다.

<해설 무운 김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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