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장인들은 광택을 내기 위해 천이나 모피로 호박 표면을 문질러 닦았다. 그런데 이 면에 미세 먼지가 달라붙었다. 이 신기한 현상은 다양한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정전기라는 것이다.
책받침을 문질러 머리카락을 달라붙게 할 수 있다. 이것도 정전기현상에 의한 것이다. 이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한 사람은 영국의 물리학자 윌리엄 길버트(William Gilbert)이다. 물론 인류와 전기의 첫 대면은 기원전 600년경 고대 그리스에서 이였다.
영화 ‘쥐라기 공원’은 호박 속 모기가 빨아먹은 혈액의 DNA를 이용하여 공룡을 복원시킨다는 줄거리이다. 호박은 주로 소나무 수액의 화석으로, 어떤 것은 그 속에 벌레, 과실 등의 화석을 품고 있다. 물론 호박은 예전부터 장식품으로 인기가 좋았다.
한겨울에 금속제 문손잡이나 자동차 문을 만지는 순간 ‘찌릿’했던 일을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스웨터를 벗으면 ‘찌지직’ 소리와 함께 머리는 엉망으로 변한다. 심지어 사랑하는 애인의 뺨을 쓰다듬을 때 정전기가 일어나 분위기를 망칠 수도 있다. 여성들의 스커트가 다리에 달라붙는 것도 이런 정전기 때문이다.
이의 정체를 알면 방지책을 세울 수도 있다. 정전기란 흐르지 않고 그냥 머물러 있는 전기를 의미한다. 일상생활에서 콘센트에 꽂아 쓰는 전기가 흐르는 물이라면, 정전기는 높은 곳에 고여 있는 물이다.
정전기가 발생하는 이유는 마찰 때문이다. 원자로 구성된 물체들의 마찰에 의해 전자들이 이동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주변의 물체와 접촉하면 마찰이 일어난다. 그때마다 인체와 물체가 전자를 주고 받으며 인체와 물체에 소량씩 전기가 저장된다.
한도 이상의 전기가 쌓였을 때 적절한 유도체에 닿으면 그 동안 저장되었던 전기가 순식간에 불꽃을 튀기며 이동한다. 이것이 바로 정전기이며, 손과 물체가 가까울수록 강하게 일어난다.
이 정전기는 과학적 측면에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일까? 정전기로 유별나게 고생하는 사람이 있다. 정전기가 언제 잘 일어나는지 관찰·분석해보면 이와 관련한 문제들이 풀릴 수 있다.
정전기는 건조할 때 잘 발생한다. 공기 중의 수분은 전기친화성이 있어 주변의 양·음전하를 띠는 입자들을 전기적 중성 상태로 만든다. 그래서, 습도가 높으면 정전기가 잘 생기지 않는다. 이것이 여름보다 겨울에 정전기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이다.
이 원리를 사람에게 적용하면 의미있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땀을 적게 흘리는 사람보다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 건성피부를 가진 사람보다 지성피부를 가진 사람에게 정전기가 적게 발생한다. 정전기는 주로 물체의 표면에 존재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피부상태가 정전기 발생 정도를 결정한다.
또한 정전기 발생은 전자를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물질의 마찰과 관련있다. 일례로 플라스틱류는 전자를 쉽게 얻고, 모피류는 전자를 쉽게 잃는다. 인체는 전자를 잘 잃는 쪽에 가깝기 때문에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등 합성섬유 계통을 자주 착용하는 사람은 정전기와 친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정전기가 잘 발생하는 사람에게 천연섬유를 입으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남자보다 여자, 어린이보다 노인, 뚱뚱한 사람보다 마른 사람이 정전기에 민감하다. 그래서, “정전기 때문에 못 살겠어”라고 불평하는 사람은 여자인 경우가 많다.
산업체에서 정전기는 간과할 수 없는 위협적인 존재이다. 발화점이 낮은 유류를 운반하는 유조차는 작은 스파크에도 치명적이기 때문에 유조차의 뒤편에 접지장치가 달려있다. 또한 첨단반도체 사업장은 정전기와의 전쟁터라고 할 수 있다.
정전기는 야누스의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복사기는 정전기를 이용한 대표적인 제품이다. 먼지를 제거하는 집진기도 이 원리로 공중의 먼지를 붙여 제거한다. 식품을 포장하는 랩이 그릇에 달라붙는 것도 정전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