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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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판문점’이란 말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경기도 파주시 진서면 군사분계선상의 작은 취락, 예로부터 일컫기를 ‘널문리’. 서울서 통일로 따라 북으로 50㎞, 개성에선 동쪽으로 10㎞ 지점에 있다.

6·25전쟁 전만 해도 의주가도와 사천 내가 만나는 곳, 이름 없는 한촌(寒村)으로 초가 몇 채가 고작이었다. 1951년 휴전회담이 열려 뉴스의 초점으로 급부상했다. 이내 휴전협정이 조인되면서 명칭도 UN측과 북한 측의 ‘공동경비구역(JSA)’으로 바뀌었다. 포로교환도 이곳서 이뤄졌다. 그리고 기억에도 소름 돋는 ‘돌아오지 않는 다리’ 부근에서 북한 경비군에 의해 저질러진 도끼만행사건의 발단이 된 미루나무가 이곳에 서 있었다. 유혈 낭자했던 끔찍한 사건이었다.

현재, 공동경비구역 안에는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장과 유엔측 ‘자유의 집’ 10채가 들어섰다. 1971년 남북적십자 회담이 열리면서 남북 간 직접적 접촉과 회담을 위한 장소로, 양측 내왕의 통과지점으로 이용된다.

판문점에서 남서쪽으로 불과 130m 떨어진 남측 지역에 ‘평화의집’이 자리해 있다. 1989년 건축한 3층 건물로 군사회담을 뺀 민간 부문 회담이 진행되는 곳이다.

유엔의 ‘자유의집’과 우리 측 ‘평화의집’이라 한, 두 간판은 민족의 자유와 평화를 향한 염원과 희구를 뼈 사무치게 담았으리라.

2018년 4월 27일 오늘이다. 남북정상회담이 평화의집에서 열린다. 이 엄청난 역사적 사실을 짧고 건조한 몇 개의 문장에 어찌 담으랴, 가슴 벅차 숨이 차오른다. 1948년 정부수립 이후, 전쟁을 치르던 그 시절, 한번 떴다 하면 지축을 뒤흔들어 놓던 B29의 굉음이 되살아나 가슴 철렁한다. 미술시간에 그리던 새까만 군함이 불을 뿜어대던 소년의 그림이 눈앞에 펄럭인다. 전쟁이 지나간 폐허 위에 그때, 우린 얼마나 허기졌나. 이어진 4·3, 4·19혁명, 5·16쿠데타와 5·18민주화운동….

서로 등 돌려 냉랭했지만 아픔의 세월을 건너 한때 한반도에도 훈풍이 불었다. 남북 정상의 만남이 이뤄진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과 김정일의 만남. “자주 만나자” 한 김정일의 약속이 무색하게도 어언 11년이 훌쩍 지난 오늘, 마침내 두 정상이 평화의집에서 만난다. 북한 측 수뇌가 남한 땅에 발을 놓는 놀라운 일이 우리 눈앞에 벌어진다.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쏠려 있다. 하도 극적이라 눈과 귀를 의심케 한다.

며칠 전 남북 정상 간에 핫라인 설치로 직통전화기가 집무실 책상 위에 놓였다. 급진전된 만큼 놀라움도 크다. 정말 이렇게 가는 것일까. 이번 회담이 그동안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에 해빙 무드를 이끌어 내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이왕 발 내딛었으니, 정전→종전→평화로의 기류로 흐르기를 꿈꾼다.

첫 단추를 어떻게 꿰찰지 궁금하다. 단판에 끝날 만남이 아니다. 오늘의 만남이 이 땅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마중물을 부어 넣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으랴. 스포츠를 통해 남북단일팀을 만들고, 예술 공연단이 남북을 오가며 ‘우리의 소원은 통일’를 목메어 노래해 왔다.

아이처럼 가슴이 뛴다. 오늘, 두 정상의 만남이 통일로 가는 실마리 하나쯤 풀어 줬으면 좋으련만. 아아,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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