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들이 꺼려하는 ‘선생님 찾기’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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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후 시간이 지나서 제자가 자신을 찾아준다면 스승으로서는 큰 보람일 터다. 그런데 요즘은 ‘나를 찾지 말라’는 스승이 늘고 있다고 한다. 스승의 날을 앞둬 교육청의 ‘선생님 찾기’ 서비스 이용자가 늘고 있지만 연락처 공개를 꺼리는 교사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사생활 노출이 우려되는 데다 불순한 의도로 연락하는 제자들도 있다니 씁쓸하기 그지없다.

보도에 따르면 도내 교원 5593명 중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이는 463명에 이른다. 10명 중 1명에 가까운 선생님들이 제자에게 신상 공개를 원하지 않은 채 꼭꼭 숨어있는 것이다. 문제는 연락처를 알아내 보험이나 상품 구매 등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있다는 거다. 심지어 돈을 빌리거나 옛일을 들먹이며 폭언·위협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조금 있으면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이다. 문뜩 떠오르는 은사님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계절이다. 그럼에도 정작 주인공인 교사들에겐 그날이 외면하고 싶은 날이 된 지 오래다. 학교마다 촌지 비리를 우려해 앞다퉈 휴업하는 게 현실이다. 지금은 부정청탁금지법으로 학교 풍경이 더욱 썰렁하다. 20여 년 전만 해도 다양한 사은행사로 사제의 정이 넘쳤는데 말이다.

언제부턴가 스승의 은혜를 기리는 아름다운 날이 학교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얼룩져버렸다. 교사를 하는 사람들이 하나도 반갑지 않은 그야말로 천덕꾸러기 날이 돼버린 셈이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제자들에게 연락처를 공개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갈수록 스승이 갖는 소중한 의미도 퇴색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교사는 많으나 스승은 적고, 학생은 많으나 제자는 적다는 소리가 들리는 요즘이다. 하지만 학교 안팎이 아무리 소란스러워도 아랑곳 않고 묵묵히 직분을 다하는 교사가 대부분이라고 본다. 스승의 날에 고마운 은사님께 꽃 한송이 달아 드리지 못하는 세태는 분명 문제다. 교육정책 못지않게 무너진 교권을 세우고 사제간의 정을 되돌릴 수 있는 방도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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