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바른 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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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숙 제주복식문화연구소장

제주도가 사람들이 살아보고 싶고, 또 오고 싶어 하는 곳이 되었다. 요즘은 방송매체와 SNS를 통해 제주의 곳곳을 소개하다보니 더 사람들의 마음을 끌게 하는지도 모른다. 정말 아름다운 섬이다. 보이는 풍광도 아름답지만 제주사람들의 삶이 묻어있는 것들에는 더 시선이 머물게 된다.

풀 바른 구덕은 제주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그리고 지금의 제주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최고의 유물중 하나이다. 섬에서의 삶은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물물교류가 쉽지가 않아 자급자족하며 살아야 하는 곳이다. 물론 식량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늘 먹고 살기가 힘들었다. 먹고사는 것이 힘들다 보니 옷감을 마련하는 일은 더더군다나 더 어려웠기 때문 여유의 옷은 거의 없었다. 어른들이 입다 못 입게 되면 성한 곳을 오려 아이들 옷을 만들거나 기저귀감으로 사용하였고 또 아이들 옷이 헐어서 못 입게 되면 성한 곳을 오려 보관하였다가 요긴하게 사용하였다.

플라스틱이 나오기 전 제주에서는 수리대를 이용해서 생활에 필요한 것을 만들어 사용했는데 그 중에 구덕은 주로 무엇인가 담아두거나 담아 운반하기 위해 사용하는 바구니이다. 구덕도 사용하다가 헐어서 쓰지 못하게 되면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모아두었던 헝겊쪼가리나 종이쪽지를 발라서 사용하는데 이것이 풀 바른 구덕이다. 그동안 구덕은 주로 집 밖에서 사용되었다면 풀 바른 구덕은 고팡(곳간)으로 들어가 입자가 작은 곡식을 담거나 가루를 담아두는 새로운 용도의 바구니가 된다. 풀도 해초인 풀가사리를 사용하기 때문 좀도 쓸지 않고 곰팡이도 생기지 않아 습기 많고 물자가 귀한 제주에 딱 맞는 물건인 셈이다.

이처럼 제주사람들은 수명이 다한 물건일지라도 다시 쓸 자리를 늘 모색하며 살아왔고 또한 모든 물자가 귀했기 때문 어떻게라도 조냥 하면서 내일을 준비하는 삶을 살았다. 그리고 아무리 흔한 풀 잎사귀라도 꼭 쓸 만큼만 채취하며 이웃을 위해 남겨두는 마음이 있었다. 또한 없는 것을 탓하기 보단 지금 가진 것을 가지고 최선의 것을 만들며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살아오셨다.

지친 우리에게 청량제와 같은 것은 아름다운 풍광에서도 얻지만 제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제주다움에서 더 큰 위로가 되어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조냥하면서도 이웃을 생각하며 함께 하였던 그 삶이 제주다움을 만들었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제주도를 만들고 있는지 묻고 또 물으며 가야하는 길목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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