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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건, 제주특별자치도사회복지협의회 사무국장

지난주 묘제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에 누군가 “몇 년 후면 퇴직인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걱정 섞인 소리를 했다. 이내 한편에서 “그만큼 일했으면 이제는 쉬어야 한다.”라고 하더니, 다른 한편에선 “100세 시대에 퇴직해도 20년은 더 일해야 한다.”고 응수한다. 그리고 “위로는 부모를 모시고 아래로는 자식들 뒷바라지해야 하는 삶이 점점 길어지고 있으니 퇴직 전에 퇴직 후의 일자리를 준비해야 한다.”고 한마디 덧붙인다.

이후 퇴직 후의 삶에 대한 토론 같은 대화가 한동안 계속되었다. 이제 곧 자신들에게 닥칠 현실이기에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자못 진지하기까지 했다.

두어 달 전에 중장년 일자리 사업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면접심사에 면접관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공무원, 교사, 기업 간부 등 한때 조직의 리더로서 왕성하게 활동했던 경력의 소유자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퇴직 후 1~2년 지내고 보니 무슨 일이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원 동기를 밝혔다. 퇴직 후 15년 가까이 지내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크게 느끼지 못했던 퇴직 후의 삶이었다. 그런데 그 날만큼은 머지않아 나에게도 닥칠 일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던 기억이 있다.

일자리가 우리 사회 발등의 불이다. 청년도 그렇고 퇴직 후 인생 2막을 살아가야 하는 중장년에게도 그렇다. 이미 은퇴의 물결에 올라탄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는 자기 자식의 문제이면서 본인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가족의 문제이자 우리 이웃의 문제가 되었다. 때문에 함께 고민하고 함께 풀어 가야 할 게 바로 일자리 문제다.

마침 중장년을 위한 일자리 창출 사업인 ‘JDC 이음 일자리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좋은 일자리 모델로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음 일자리 사업’은 한 달 전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사업 참여자들은 파트타임제 일자리에 참여하고 있지만, 우려와는 달리 만족도가 높다. 실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를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은 오름 매니저로서 오름 환경을 관리하고, 푸드 메신저로서 기부식품을 이웃들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데 힘을 보태고, 도서관 사서로서 책 읽는 문화 조성에 한 몫하고 있다.

이런 사회 공헌형 일자리를 통해 누군가를 돕는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이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유의미하고 자신도 만족할 수 있는 일자리라면 그것이 비록 파트타임제 일자리라고 해도 충분히 좋은 일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사회복지 현장에서 그런 일자리를 만들어 보면 좋을 것 같다.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표심을 얻기 위한 갖가지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내 표는 실적을 위한 일자리가 아닌 공동체의 가치를 키우는 일자리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에게 행사하리라 마음먹고 있다. 머지않아 나 자신은 물론 우리 가족, 우리 이웃에게 닥칠 문제를 의미 있고 가치 있게 풀어내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후보라면 그 자격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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