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와 산자
죽은 자와 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효성.명상가

많은 죽음이 있지만 가장 안타까운 것은 고독사다. 슬퍼하는 이조차 없는 마지막은 외롭고 쓸쓸하며 잊힌 존재감에 한참 위로를 나눠야 한다. 주위에 대한 무관심이 만들어낸 현실이다. 천도재는 사후 좋은 곳으로 인도한다는 의식이지만 이는 종교가 만든 허구일 수 있다.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공간이며 그들만의 방식이 있고 숙제의 답을 알고 있기에 이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영혼은 살아있는 이에게 못다 한 이야기를 전하고 한때 같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전한다. 때로는 불평불만을 쏟아 내지만 마치 부모가 자식을 혼내고 후회하듯 이내 평정심을 찾는다. 대화는 존경심과 고마움을 표하며 반말이나 하대는 들어본 적도 기억에도 없다. 빠르고 느린 차이는 있지만, 시간은 한 시간 내외다. 예외가 있는데 타살이나 자살은 부름에 강한 저항을 하기도 한다. 미련의 찌꺼기를 지워야 하지만 옹이처럼 박힌 응어리를 품은 채 방황하고 있는 불쌍한 예가 있어 한 집안의 내력을 소개한다.

조심스럽게 찾아온 중년여성은 굳이 사연을 안 들어봐도 귀신과 동행을 했는데 아마도 오랫동안 시달렸을 것이다. 증세는 환상이 나타났다 사라지며 때로는 눈으로 보인단다. 낮과 밤 구분이 없으며 장소에도 구애받지 않으니 보통사람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약으로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니라 마음을 치유해야 한다. 느낌으로 언니 중에 안 좋게 돌아가신 분이 있는데 마지막이 어땠냐고 물어보니 잠시 망설인 후에 일정한 직업이 없이 하루를 연명했고 결혼도 못한 채 술로 세월을 보내다 이른 나이에 불귀의 객이 돼 하직했단다. 충분히 알았으니 집으로 돌아가 편하게 오늘 밤을 지내라 안심을 주고 죽은 자를 부르니 여러 번 주춤거린 끝에 나와 하는 변명이 잘못된 이기심에 가족들에게 나쁜 짓을 했다며 그렇지만 너무 홀대당했고 누구도 챙겨주지 않아 원망이 남아 이런 상황까지 왔다며 자신의 능력으로 거둘 수 없으니 이제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달라는 말에 다음 생에는 부끄럽지 않게 살자는 약속을 받았다. 곧 건강한 모습으로 잊어버린 웃음을 되찾아 건강한 가정을 이룰 수 있길 기원해본다.

이러한 절차에도 지켜야 할 도리가 있어 고민하다가 딱한 처지에 구구절절 설명을 해봐야 상처를 줄 것 같아 평소 흉허물을 나누는 지인에게 부탁하니 기꺼이 도움을 주셨다. 아름다운 그에게 감사인사를 남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