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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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노을빛 영롱한 자줏빛 육수(紫漿霞色映·자장하색영)/ 옥가루 눈꽃이 고루 담겼구나(玉粉雪花勻·옥분설화균)/ 입안에 넣으니 향기롭고(入箸香生齒·입저향생치)/ 옷을 껴입어도 찬 기운은 몸을 뚫는다(添衣冷徹身·첨의냉철신)/ 나그네 시름은 이제 사라지노라(客愁從此破·객수종차파).’

조선시대 문장가인 장유(張維)가 쓴 ‘자장냉면(紫漿冷麵)’이라는 시다. 갓 뽑아낸 면을 찬 육수에 말아 먹는 냉면의 특징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묘사했다. 그런 점에서 일종의 ‘냉면찬가’나 다름이 없다.

▲예부터 우리 민족은 냉면을 무척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냉면 사랑이 유별하다. 계절을 불문하고 냉면을 찾는 게다. 냉면은 기호나 지역에 따라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평양·함흥·진주냉면 등이 그 예다. 이를 두고 한국의 3대 냉면이라고 한다.

그중 원조격이 평양냉면이다. 추운 겨울, 얼은 몸을 따뜻한 온돌에 녹이면서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동치미 국물에 국수를 말아 먹던 데서 유래했다. 19세기 초, 학자 홍석모(洪錫謨)가 지은 세시풍속집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엔 냉면을 ‘음력 11월의 음식’이라 적었다.

▲평양냉면은 평안도 지방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구성하는 양대 요소는 면과 육수다. 면은 주로 메밀을 쓴다. 육수는 동치미와 꿩, 닭, 소고기 육수를 더해 만든다. 고명으로 달걀과 편육, 배와 무채 등이 살짝 얹어진다. 시원한 국물과 고소한 면발을 자랑한다.

특히 담백한 맛은 일반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평뽕(평양냉면의 중독성을 빗댄 표현)’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평양냉면 잘 하는 식당으론 북한 대동강변 옥류관이 유명하다. ‘평양냉면 제일이야’라는 노래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요즘, 평양냉면이 때 아닌 특수(特需)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던 지난달 27일부터 평양냉면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게다.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오늘 어렵사리 평양냉면을 가지고 왔는데 대통령께서 편한 마음으로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고 회담의 말문을 열었다.

이어 만찬 주요 메뉴로 평양 옥류관 냉면이 올라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고 한다. 평양냉면이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가히 ‘냉면외교’라 할 만하다. 앞으로도 평양냉면 맛처럼 남북 관계가 시원하게 풀려나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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