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어린이답게 길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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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前 백록초등학교장·동화작가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칠십을 바라보는 지금도 어린이날 노래를 부르면 가슴이 설렌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에는 기념식이 전부였지만 어린이날 노래를 부를 때면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아가는 듯 한 감동을 받곤 했다.

1923년 소파 방정환이 색동회를 창립하며 어린이날은 시작되었다. 당시 어린이 운동가들은 ‘욕하지 말고, 때리지 말고. 부리지 말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방정환이 쓴 ‘어른에게 드리는 글’을 배포했는데, 그 속에는 ‘이발이나 목욕, 의복 같은 것을 때맞춰 해주시오’,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충분히 하게 해주시오’같은 것이 있었으니 당시 아이들의 처지가 참으로 애석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어린이들은 사람 대접을 받지 못했고, 애기, 애새끼, 어린 것이라고 불렸다고 하니 어린이날을 만든 방정환은 선각자였다.

제주에서 어린이날에 어린이가 행복한 날로 정착한 지는 30여 년이 넘은 듯하다. 공휴일에다 외식과 선물, 각종 행사에 참가하여 하루를 즐기는 날이 되었으니 요즘 아이들은 참 행복하다. 학생인권이 강조되면서 체벌이 사라졌고, 풍부한 음식과 각종 즐길 거리 속에 지내고 있으니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어린이들도 스트레스 속에서 살고 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굴레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보습 과정, 특기 신장, 체력 단련 등 학원들을 전전하는 어린이들이 많다. 선행학습에다 영재교육까지 부모들의 욕심은 끝이 없다. ‘영재발굴단’에 출연하는 뛰어난 어린이들처럼 자녀를 뛰어난 천재로 만들고 싶은 분들이 많으니 자녀에게 욕심을 내는 부모가 많다.

내가 만난 어린이들이 들려준 고민은 학원이었다. 부모의 강요로 가는 학원에 대한 부담감을 가진 어린이가 많았다. 어린이들이 강한 저항감을 가지고 있는데도 학원은 늘어나고 수강생 또한 증가하고 있으니 아이러니컬하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헬리콥터 부모까지 있다니 자녀교육의 끝은 어디일까?

어린이들은 많이 놀아야 한다. 혼자 놀기가 아니라 친구들과의 놀이를 통해 사회성을 길러주어야 건강한 한국인으로 자랄 수 있다. 그리고 꿈을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분야를 깊이 탐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초 학력도 부실하고, 독서도 하지 않은 채 전자오락이나 스마트폰 게임 등으로 소일하는 어린이들이 있다. 꿈을 성취하려면 탐구하는 마음을 가지고 스스로 노력하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보호 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하는 어린이가 많다. 가난이나 외로움, 따돌림 당하는 어린이는 없는지 세심하게 찾아 돌봐주어야 한다.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길러야 한다는 명제를 생각하면 어린이들이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5월 5일은 어린이날이다. 미래의 기둥인 어린이들이 웃고 즐기는 날이 되리라 믿는다. 도내 곳곳에서 펼쳐지는 어린이잔치에서 활짝 웃는 어린이들로 넘쳐나는 하루가 되길 빈다. 아름다운 추억은 아름다운 인생길을 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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