退任歸鄕勤作畈 퇴임귀향근작판 퇴임하고 귀향하여 농사짓는데/
鎌鋤每日毅然加 겸서매일의연가 낫과 호미 날마다 힘차게 휘두르네/
淸風廣野無窮樂 청풍광야무궁락 맑은 바람 넓은 들 한없이 즐기니/
何事始皇望仙家 하사시황망선가 어찌 진시황은 신선집만 바랐던가/
■주요 어휘
▲作畈(작판)=밭을 경작함 ▲鎌鋤(겸서)=낫과 호미 ▲毅然(의연)=용감하고 굳셈 ▲始皇(시황)=진나라의 황제. 육국(六國)을 멸하여 천하통일. 흉노, 남월을 쳐 영토 확장 후 만리장성 축조 ▲三餘(삼여)=농경시대에 옛날 선비들은 일 년 중 겨울과, 하루 중 밤 시간, 그리고 비 오는 날은 학문을 하는데 가장 좋은 여가라 여김
■해설
공직에 있는 동안에는 밝은 미래를 꿈꾸는 후진양성에 매진하였다. 매일매일이 힘들고 어렵지만 보람도 느꼈다. 한편으로 교학상장하며 교육의 장이 사회 어느 분야보다도 정녕 맑고 밝은 사회가 아닌 가 혼자 개념정리도 해 보았다.
정년퇴임하여 향리에 내려와서는 서투르지만 흙과 함께 새로운 인생 여정을 시작하였다. 산물 농사를 주로 하면서 밀감, 단감, 매실, 두릅, 헛개, 비자 등의 나무와 콩, 배추, 무, 상추, 들깨, 호박, 가지, 미나리, 고추, 시금치, 곰치 등의 텃밭농사를 짓고 있다. 땅은 부지런하면 부지런한 만큼의 보상을 농산물로 되돌려준다는 농사꾼의 말을 믿고 있다.
일을 하다 허리를 펴며 계절 따라 변하는 하늘도, 바다도, 한라산도 종종 본다. 三餘(삼여)에는 서예와 한시 공부도 한다. 여기에도 선가(仙家)의 삶이 있음을 실감하며, 농사일을 주제삼아 7언 절구 형식에 麻韻(마운)의 측기식으로 한 수 지어보았다. <해설 목민 김경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