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악마
천사와 악마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고미선 수필가

인문학 바람이 불고 있다. 동서양의 고전을 비롯하여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인문학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서점가에 냉랭한 바람이 불자 점포 축소판 일색이다. 요즈음엔 도서관의 교양프로그램으로 강좌의 인기를 더하고 있다. 그만큼 국민들은 책을 멀리하였을까.

논어는 공자의 대화록이다. 내가 나를 다스리는 것이 수기(修己)요 남을 다스리는 것이 치인(治人)이다. 수기치인의 지혜와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논어>. , , , , 신을 기본으로 교육하고 있다. 논어의 묘미는 명언과 명문이 많다. 어디를 펼쳐도 지혜의 말씀이 빛나고 진리가 넘친다. 단문으로 된 간결체 문장이며 시적(詩的)이고 힘이 솟는다. 우리에게 분발 심을 일으키는 감동의 문학이기도 하다. 대우법을 많이 사용하여 두 개의 사물을 비교하고 대립의 미를 나타낸다.

A박사는 <논어>를 좌우서(座右書)로 삼았다.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자주 등장하는 이이여(怡怡如)에서 아호도 이당으로 지었고 관속에 논어와 성경책을 넣어 가져가겠다고 할 정도였다. 군자는 남의 장점을 발견하고 칭찬하고 격려하며 키워주고 완성하는 것처럼 좋은 것이 없다고 역설한다. 군자는 자기에게 요구하고 소인은 남에게 요구한다는 말은 명심할 일이다. 군자는 일이 잘 안될 때 그것은 나 때문이다 나의 책임이요 내 탓이라고 한다. 나에게 원인이 있어 스스로 반성도 한다. 책임회피와 책임 전가를 시키지 않는다.

소규모 독서모임에서다. 평소 차분하게 토론에도 잘 참여하고 존경스럽던 회원이 갑작스레 묻는다. “물어볼 게 있어요. 당신, 천사 맞지요?” 생각지도 못했던 질문에 고개만 가로저을 뿐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줄 알았다. 몇 마디 오가는 대화 속에 잊혀갔던 일들이 떠올랐다.

남편이 한때 직장 동료와 회식과 뒤풀이를 시도 때도 없이 하면서 귀가 시간도 새벽 두 시를 자주 넘겼다. 별빛이 선명하게 보이는 밤 골목에 발소리만 들어도 대문을 열어젖히는 시간까지 파악될 즈음이었다. 남편이 귀가할 때까지 쉽사리 잠 못 드는 성미여도 그날은 졸았나 보다. 동료들이 내기를 하였다.

여러 명이 몰려가 술이나 차를 요구했을 때 부인의 반응에 따라 계속 실시할지를 결정할 때였다고 한다. 눈도 머리도 부스스한 상태였고 몸속에서는 악마 몇몇이 다투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집에 온 손님이라고 애써 미소 지으며 아끼던 차를 여럿한테 내놓은 기억이 있다. 어찌 된 일인지 그 이후에는 짓궂은 일이 우리 집에는 생기지 않았을 뿐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천사라고 불렸다 한다.

이십여 년이 흐른 후 남편은 논어를 즐겨 읽으며 쪽지에 적어 슬며시 내민다.

기욕입이입인(己欲立而立人) 기욕달이달인(己欲達而達人)’ 자신이 나서고 싶을 때 먼저 남을 내세우며, 자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싶으면 먼저 남이 목적을 달성하도록 한다. 구양수와 소식의 비화로, 넓은 아량과 고마움의 감정을 아로새긴 추도문이 남겨져 지금까지도 전해오고 있다고 한다. 남편은 정년퇴임을 2년 앞두고 승진과 관련된 큰 상의 대상자가 되었을 때도 퇴임 후에는 종이에 불과할 것이라며 동료에게 양보했다. 후회는 하지 않지만 목숨이 다하는 날에는 그때의 동료가 찾기라도 할지는 의문이다.

논어에서 중요한 편은 학이 편과 술이 편이라고 한다. 학이 편은 논어의 총론이어서 중요하고 술이 편은 공자를 이해하는데 긴요하다는 뜻도 포함된다.

나는 이 구절을 사랑한다. ‘덕스러운 사람은 외롭지 않게 된다. 언제나 이웃을 얻게 된다.’  천사속의 악마도 사랑해야만 남은 인생 외롭지 않고 웃음이 넘쳐나겠지. 앞으로도 계속 실천하려고 노력하면서 밝은 내일을 바라보리라.

사람은 악마와 천사의/중간쯤이라고 파스칼이 말했지요./누군가를 미워하고/마음 안에 나쁜 생각이 자꾸 들고/이기적인 생각으로 가득한 나를 볼 때면/나는 영락없는 악마입니다/하지만/착한 마음이 들고/측은한 마음이 들고/사람을 사랑해야 되겠다고/다짐하고/다짐하고/또 다짐하는/내 자신을 볼 때면/내가 꼭 천사 같습니다./어느 시인이 그랬다지요./우리는 죽는 날까지 악마와 천사 사이를/오고가다가 죽게 될 것이라고요./그래도/이왕 사는 삶이니/악마가 되어 사는 날보다/천사가 되어 사는 날이 더/많았으면 좋겠습니다./그래서 오늘 하루도/천사 같은 삶을 살아가는/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