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여름철 기허로 땀 흘릴 때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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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열 한의사·제주한의약연구원장

4월 27일, 감동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다. 그날의 선언문 중에는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 각계각층이 참가하는 민족공동행사를 적극 추진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빛의 속도로 진행되는 남북 관계 개선으로 곧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이어 각종 분야에서 남북 간의 왕성한 교류가 예측된다.

제주에서도 한라와 백두라는 상징성을 담보로 하는 적극적인 교류가 필요하다. 서로 간의 대표 자생 한약재를 소재로 한 한의학 교류는 어떨까. 그전부터 제주에서 있었던 감귤보내기 교류보다 한 단계 진화된 형태가 될 것이다.

남한의 최남단 특산 한약재가 진피(귤피)라면 그 짝이 되는 북한의 최북단 대표 한약재로는 황기가 있다. 추운 지방에서 잘 자라는 약재로서 양강도 개마고원의 황기가 유명하다. 개마고원 황기는 6~12년산으로 품질이 좋아 북한의 최고위층에게 주로 공급된다고 한다.

황기는 황기(Astragalus membranaceus Bunge) 또는 몽골황기(Astragalus membranaceus Bunge var. mongholicus Hsiao)의 뿌리로서 그대로 또는 주피를 제거한 것이다.

인삼과 같이 보기약에 속해 기를 보하는 작용을 한다. 인삼처럼 기가 강하지는 못하나 보기의 효능이 표피로 작용해 허증으로 땀을 흘리는 것을 그치게 하고 피부의 독기를 밖으로 배출시킨다. 또한 부종과 소변불리 그리고 소화기능이 허약하여 오는 설사도 치료한다. 닭고기와 함께 요리하는 황기백숙도 여름철 기가 허해 땀을 많이 흘리는 경우에 좋다고 볼 수 있다.

황기의 특징은 정기(正氣)를 보할 뿐 아니라 사기(邪氣)를 제거하는 기능을 겸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사약(瀉藥)과 배합하여 정기를 돕고 사기를 제거하는 부정거사(扶正祛邪)의 효능을 발휘한다. 이기약인 진피와도 잘 어울려 서로 배합하면 기를 돌리면서 보하는 작용이 생긴다.

추운 지방에 잘 자라는 황기는 국내에서도 제천 지역에 많이 재배되고 있다. 해발 1400m 이상의 한라산 고산지대에 주로 분포하는 제주황기(Astragalus membranaceus var. alpinus Nakai)는 제주에만 자라며 재배가 어려워 산림청 지정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다.

제주의 감귤보내기 운동은 지난 1999년부터 12년 동안이나 유지된 바 있다. 4·3의 상생과 화해, 평화의 정신으로 그간 단절되었던 남북 교류를 제주가 선도적으로 열어젖혔으면 좋겠다.

제주의 아열대 한약재인 진피와 개마고원의 한약재인 황기는 남북 교류만이 아니라 약의 효능을 높이는 데에도 좋은 궁합이 된다.

진피와 황기를 매개로 한 교류는 ‘감귤보내기 운동’의 새로운 업그레이드 버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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