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앞에서 그려보는 제주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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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옥,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초빙교수/논설위원

96세 어머니가 요사이 아기가 되셨다. 기저귀를 갈아드리고 옷도 입혀드려야 한다. 그럴 때마다 “니가 아니민 벌써 흙이 되어실 거여”라며 민망해 하신다. 그래도 딸이 죽을상을 하거나 풀죽은 표정이면 정색을 하고서 큰 소리를 치신다. “살암시민 살아진다. 싸는 물(썰물) 이시민 드는 물(밀물)도 이신다. 이 어멍 말을 믿엉 힘차게 살아보라” 아, 해녀 물질 40년의 기개가 여전하신 우리 어머니! 나의 몸 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기운이 꿈틀거린다. 어머니의 힘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 외롭고 지쳐서 인생의 마지막을 생각할 때면, ‘고향과 어머니를 떠올린다’는 학자들의 연구가 현실을 반영하는 셈이다. 이 둘의 공통점은 인생의 시작점, 그리움의 대상, 따스하고 포근한 장소, 자신을 받아주는 곳이란 사실이다. 죽음의 순간에도 두 변수가 결합해서 삶의 에너지를 분출하면 사망이 생명으로 변환된다. 우리들의 어머니는 삶의 시점에서 생명을 주시고, 종점에서 다시 생명이 되시는 분. 흙이 되어서도 자식들의 가슴속에다 꽃을 피우시는 이가 아니신가.

그래서일까? 요즘 같은 선거철이 되면 어머니를 의식하는 이들이 눈에 띄게 많아진다. 지난 번 지방선거에서는 제주도를 ‘어머니’라 부르면서, ‘제주를 바꾸고, 그 힘으로 대한민국을 바꾸겠다’던 이를, 도민들이 덥석 하니 안아주었다. 고향은 역시 어머니의 품인 게다.

오늘은 어버이 날. 이쯤에서 문득, 제주도 어머니는 ‘어떤 리더를 원하실까?’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5월은 가정의 달이지만, 가족들이 모이면 선거전이 화두다. 제주도는 정치가 집안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칠 만한 규모의 사회인 탓이리라.

우선, 제주도를 대표하는 설문대 어머니께서는, 당신의 창조솜씨를 천상의 작품 그대로, 처음처럼 보전하려고 애쓰는 이를 바라시지 않을까? 그 환경정책에 설문대적 창조정신과 자연가치를 이념과 비전으로 담아서 자손만대의 유산으로 이어갈 사람.

둘째, 제주도에 오곡을 들여온 자청비 어머니께서는, 수렵시대에서 농경시대로 산업혁명을 일으킨 당신의 기업가 정신과 경제 마인드를 제대로 작동시키는 이를 원하시지 않을까? 경제정책에 이 역사의 경계 너머 새로운 시대, 4차 산업혁명의 통찰과 혁신을 철저히 심어놓는 사람.

셋째, 굶어 죽어가는 제주백성의 3분의 1을 먹여 살린 김만덕 어머니께서는, 도민의 삶의 질, 특히 청년실업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은광연세(恩光衍世), 은혜로운 빛이 세세토록 빛날만한 정책을 섬세하게 구사하는 이를 기대하시지 않을까? 더하여서 제주섬을 떠나지 못하게 한 출륙금지령 하에서도 임금이 살고 있는 대궐과 금강산을 보고 싶다고 호소했던 당신의 본뜻, 제주의 자존과 기개를 재현할 사람.

넷째, 먹고 살기가 어려웠던 시절에 수출의 절반을 담당했던 해녀어머니께서는, 척박한 경작지의 한계를 넘어서 바당밭을 발견하고 한반도와 중국·러시아·일본으로까지 경제 지도를 확장할 역발상의 리더를 꿈꾸시지 않을까? 제주경제의 지경과 규모를 국가 차원으로 확대해서 신경제의 글로벌 지평을 획기적으로 열어갈 사람.

이상을 피터 드러커 교수의 ‘드러커 100년의 철학’으로 통찰해 보면, 다음세대(Next Society)를 향한 격변은 2020년까지 계속된다. 이 대전환기에 제주의 역사를 제대로 쓸 수 있는 리더, 당신의 이름을 중국·러시아·일본은 물론 탐라국 천년의 무역지도, 아시아 제국으로까지 뚜렷하게 새겨 넣을 수 있는 실력과 담력의 소유자, 제주도 어머니는 그런 리더를 기대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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