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가 많은 소금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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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과 교수

20세기 이전에는 소금은 백색의 황금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귀한 자원이었다. 소금이 돈으로 통용되던 시대에는 부의 매개체였으며, 이것이 이동하는 길을 따라 문화가 전파되기도 했다.

수렵 위주의 원시적 생활 대신 농경생활을 하게 되면서 생리적으로 소금이 필요하게 되었다. 농사를 지으며 정착생활이 형성되면서 인구밀도가 증가하여 인간은 이전보다 더 많은 질병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고, 식품의 부패를 방지하여 저장기간을 증가시키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소금이 이용되었다. 이처럼 농경생활을 하면서 소금은 필수품으로 자리잡았으며, 고대 국가에서는 통치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가진 소금의 나트륨이온이 혀의 짠맛 수용체에 닿으면 인간은 짠맛을 느낀다. 그래서, 나트륨이온의 농도에 따라 입맛을 다시게도 하지만 불쾌감을 느끼게도 한다.

이 소금은 육류보다 쉽게 부패하는 생선 손질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금을 뿌리면 비린내를 발하는 주성분인 트리메틸아민이 생선살 밖으로 빠져나오기 때문에 냄새가 감소한다. 이 물질은 염기성이므로 레몬, 식초 등으로 중화시켜 비린내를 줄일 수도 있다.

해산물 중에 끈적거리는 점액을 분비해 불쾌감을 주는 것도 있다. 점액이 묻은 부위에 소금을 뿌리고 긁어내면 이들을 제거할 수 있다. 이 점액질은 단백질 성분인데 소금은 단백질을 굳게 하여 제거하기 쉽게 한다.

소금은 요리할 때도 역할을 수행한다. 근육을 형성하는 단백질인 액틴과 미오신은 각각 455060정도에서 응고된다. 소금은 이 반응이 빨리 일어나도록 돕는다. 단백질이 빨리 응고되면 생선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물고기와 육상동물의 근섬유는 다르다. 물고기는 순발력, 육상동물은 지구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생선의 섬유는 짧고 가늘어서 끊어지기 쉽다. 그래서, 생선은 횟감으로 즐길 수 있다. 이런 내면 때문에 요리할 때 생선살이 쉽게 부서질 수 있다. 소금이 가미되면 빠른 시간에 조리가 가능하게 되어 이런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생선을 구울 때 지느러미가 쉽게 탈 수 있지만, 소금을 깔고 구우면 이것을 피할 수 있다. 소금은 녹는점(800)이 매우 높아 열을 흡수한 후 적절하게 열을 발하기 때문에 생선을 태우지 않고 먹기 좋게 익힐 수 있다.

소금은 단맛, 신맛 등 다양한 맛을 조절한다. 적절한 농도의 소금이 가미되면 생선은 달고, 신맛은 부드러워진다. 또한, 초무침 요리에 소금을 약간 넣으면 신맛이 완화되어 맛이 좋아진다.

설탕에 소금을 미량 가미하면 단맛이 더 강해지는 것도 알려져 있다. 단팥죽을 끓일 때 소금을 첨가하는 것은 이를 활용한 조상들의 지혜의 산물이다.

생선을 다듬을 때 이용한 도마는 굵은 소금으로 문질러 닦는다. 도마에 낀 단백질 등 이물질을 소금으로 굳혀 용이하게 떨어져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소금을 뿌려 세척한 도마는 미생물의 번식도 막을 수 있다.

수분이 많은 가자미 같은 생선은 소금을 뿌려 15분 정도 소쿠리 위에 올려놓으면 살 속의 수분이 빠져나와 생선살에 탄력이 생기면서 냄새도 사라진다.

생선을 장기간 보관하면서 먹기 위해 소금에 절일 수도 있다. 이것을 염장이라고 칭하는데 소금이 가진 부패 방지 역할 때문이다. 이 작용은 소금이 미생물 내부의 수분을 삼투압 현상으로 빨아들여 미생물이 살아남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소금에 절여 염장한 철갑상어알, 케비어는 세계 3대 진미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천일염으로 담근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 장아찌 등은 전통 염장식품이다. 이들 때문에 여러 가지 성인병으로 고생했다는 기록은 없다. 그러나, 모든 음식을 섭취할 때 과유불급의 의미를 되새겨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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