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치(脣齒)로 드러나는 중국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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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7~8일 중국 다롄(大蓮)에서 다시 만났다. 지난 3월 김 위원장의 방중 이후 43일 만이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이번 만남에서도 양국이 혈맹(血盟) 관계임을 다시 한 번 천명했다.

시 주석은 특히 “두 나라는 운명 공동체, 변함없는 순치(脣齒·입술과 이) 관계”라고 강조했다.

▲순치는 순망치한(脣亡齒寒)에서 따온 말이다.

순망치한은 중국의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말로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이다.

가까운 곳에 있는 한쪽이 망하면 서로 의지하고 있는 다른 한쪽도 위태롭다는 의미로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표현할 때 쓰인다.

중국 춘추시대, 진(晉)나라 헌공은 괵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괵나라와 인접한 우나라의 우공에게 길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우나라의 중신 궁지기는 우공에게 “괵나라가 망하면 우나라도 망할 것”이라며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고 했는데 이는 곧 괵나라와 우나라를 두고 한 말이라고 생각된다”고 간언했다.

하지만 우공은 헌공이 보낸 보물에 눈이 어두워 궁지기의 말을 듣지 않았다. 우나라는 결국 괵나라를 정복한 진나라의 침공으로 멸망했고, 우공은 포로가 돼 비참하게 죽었다.

▲대륙 진출을 꿈꿨던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을 일으킬 때 조선에 요구했던 것도 ‘명나라를 정벌할테니 길을 빌려달라(征明假道·정명가도)’는 것이었다.

조선이 거부하자 일본은 임진왜란을 일으켰고, 명은 조선에 병력을 파견했다.

일본이 조선을 정복하면 국력이 더 커지고, 명은 일본과 국경을 마주하게 돼 요동지역과 수도 베이징이 위험하게 된다는 안보적 요인이 가장 컸다.

명은 또 일본의 위협에 대비해 중국 동북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주둔시킨다 해도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신들과 우호국인 조선을 존속시키는 게 이익이라고 계산했을 것이다.

▲이번 시 주석의 순치 발언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다.

다만, 북한과 운명 공동체임을 부각시키고 있는 시 주석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변수가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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