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시대
나홀로 시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함성중 논설위원

전통적인 한국 가정은 온 가족이 밥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했다. 요즘은 핵가족화와 1인 가구 증가로 혼자 밥 먹는 게 일상화된 지 오래다. 과거 궁상맞다고 여겼던 ‘혼밥’ 풍조가 자리 잡은 것이다.

밥뿐 아니라 홀로 술(혼술), 영화(혼영), 쇼핑(혼쇼), 여행(혼여) 등을 즐기는 나홀로족이 득세다. 1인용 주택·가전·가구·음식 수요에 맞춘 상품이 성행하고, 식당·카페에도 1인용 좌석들이 생소하지 않다. 심지어 TV에선 혼자 사는 연예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방영될 정도다.

그러니 누구랑 마주치는 것도, 어깨를 부딪치는 것도, 말을 섞는 것도 귀찮아진다. 혼자 먹고, 자고, 생활하는 나홀로 가구가 늘면서 생겨나는 신풍속도다.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현재 가장 흔한 가정 형태는 ‘부부+자녀’ 가구다. 전체 가구의 32%(619만 가구)로 가장 많다. 1인 가구(28%), 부부 가구(16%)가 뒤를 이었다.

그런데 내후년부터는 1인 가구(29.1%)가 가장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4년 새 그 비중이 30.6%(591만 가구)로 높아져 부부+자녀 가구(30.3%)를 앞지를 거라는 전망이다.

거의 세 집당 한 집꼴로 독신가구가 된다는 얘기다.

이런 인구 추이는 사회 변화를 반영하는 거울인 동시에 정책의 결과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의 증가와 쉬운 이혼, 평균수명 연장 등이 낳은 결과물인 게다. 어쩌면 1인 가구의 상당수는 개인의 선택과 무관하게 결혼 혹은 취업 난민일는지도 모른다.

▲가정의 달을 맞아 뜻 있는 기념일이 차례로 이어지니 가족들과 더 화목해질 수 있는 기회다. 5월은 그런 점에서 가족끼리 서로 사랑을 건네는 달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살가운 모습이 아니다. 1인 가구의 증가세는 가족 해체와도 맞물린다. 이혼 증가, 홀로 사는 노인, 독신남녀, 가출 청소년 등이 그것이다. 이 모두가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위협하는 서글픈 자화상이다.

혼자 산다는 건 자유·여유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외로움에 봉착할 수 있다. 고민이나 고충을 털어놓을 기회도 적을 게 당연하다.

남에게 간섭받지 않고 더 편해질 수도 있지만 진정한 휴식을 주는 가족이란 울타리가 점점 사라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무릇 ‘우리 집’만한 곳이 없는 법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