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속에는 누군가 심은 사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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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서귀포 '면형의 집'(下)
성직자의 고뇌와 고통의 승화를 음악과 시, 무언극으로 퍼포먼스를 펼쳐
누가 더 총칼 있는지 자랑하지말고 이 땅의 하나됨을 성당에서 소망하다
바람난장 가족들은 서귀포 ‘면형의 집’에서 음악과 시와 무언극으로 표현하는 퍼포먼스 등을 펼쳤다. 강부언 作 ‘면형의 집’.
바람난장 가족들은 서귀포 ‘면형의 집’에서 음악과 시와 무언극으로 표현하는 퍼포먼스 등을 펼쳤다. 강부언 作 ‘면형의 집’.

장미의 기도

이해인

 

피게 하소서

주여

 

당신이 주신 땅에

가시덤불 헤치며

피 흘리는 당신을

닮게 하소서

 

태양과 바람

흙과 빗줄기에

고마움 새롭히며

피어나게 하소서

 

내 뾰족한 가시들이 남에게

큰 아픔이 되지 않게 하시며

나를 위한 고뇌 속에

성숙하는 기쁨을

알게 하소서

 

주여 당신 한 분

믿고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당신만을 위해

마음 가다듬는 슬기를 깨우치게 하소서

 

진정 살아 있는 동안은

피흘리게 하소서

죽어서 다시 피는

목숨이게 하소서

--- 이해인 수녀님이 장미의 기도 전문 ---

 

퍼포머 김백기가 두 개의 초를 양손에 들고 흐르는 촛농을 이마에 떨어뜨리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퍼포머 김백기가 두 개의 초를 양손에 들고 흐르는 촛농을 이마에 떨어뜨리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8개의 기둥이 천정을 떠받들고 있는 그다지 넓지 않은 성당 안은 텅 비어 있다. 정면에 걸려 있는 십자가의 고요함으로 인해 성당 안으로 들어 서는 사람들 모두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야외에서의 1부 행사를 마치고 성당 안에서 2부가 시작된다.

 

첫 순서로 한소영 피아노 연주자와 성민우 소프라노 섹소폰 연주자의 합주를 감상한다.

kazabne - M.ObimaYou Raise Me Up 두 곡을 들으며 바람난장 참가자 대부분은 눈을 감는다. 기도의 응답이 아니더라도 절로 충만해지는 느낌이 은총일까.

성당 안에서 앵콜을 외치는 소리는 기도 끝에 말하는 아맨만큼이나 뜨겁다.

두 연주자는 우리의 박수와 환호에 웃음 지으며 한 곡을 더 연주한다.

연주곡은 Loving you!

성당 안에서의 연주곡으로 이 보다 더 적절한 곡은 없을 것이다.

 

쿠바의 명상음악가 기에르모가 강렬한 퍼포먼스를 진행해 난장 참가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쿠바의 명상음악가 기에르모가 강렬한 퍼포먼스를 진행해 난장 참가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이어서 오랜 수행 기간 동안 겪는 성직자의 고뇌와 고통의 승화를 음악과 시와 무언극으로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감상할 차례다. 퍼포머 김백기, 시낭송가 이혜정, 쿠바의 명상음악가 기에르모가 꾸미는 무대는 작지만 웅장하고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

노래하며 피아노를 연주하는 기에르모, 두 개의 초를 양손에 들고 흐르는 촛농을 이마에 떨어뜨리는 김백기, 천상의 목소리로 장미의 기도를 낭독하는 이혜정! 그야 말로 흐르는 강물처럼 아름답고 조화로운 공연이다. 공연 끝에 퍼포머 김백기가 열두 송이 장미를 제단에 한 송이 한 송이 올려 놓는 행위의 의미는 각자의 몫으로 남겨진다.

 

면형의 집 바람난장 마지막 순서는 제주 왕벚나무 식수다. 타케신부가 1908415일 한라산 관음사 일대에서 그 자생지를 발견한 나무를 면형의 집 뜰에 심는 의미는 깊다.

왕벚나무 식수와 함께 타케신부의 은혜로움을 기리는 증표로 나무 옆에 표석을 함께 놓는다.

참가자들 한 명 한 명이 돌아가며 흙을 떠 나무 뿌리를 덮는다. 그 동안 나머지 사람들은 도종환 시인의 먼 곳의 벗에게 쓰는 편지를 다 함께 낭독한다. 춤꾼 박연술이 맨 손으로 흙을 떠 뿌리는 모습을 눈에 담는 것으로 오늘의 바람난장 끝을 맺는다.

 

먼 곳의 벗에게 쓰는 편지

 

도종환

 

벗이여 우리 만나 이런 것을 사랑하면 어떨까

그대와 우리 중 누가 더 많이 서로를 사랑했는지

그대들과 우리 중 누가 더 서로를 그리워했는지

먼 곳의 벗이여 그대들과 우리가 만나

이제는 누가 더 총칼을 많이 쌓아두었는지 자랑하지말고

누가 더 이 땅의 하나됨을 간절히 소망했는지

누가 더 한 나라 한 겨레 되기를 진심으로 바랐었는지

벗이여 그런 마음을 서로 털어 놓는다면 어떨까

 

-------도종환의 먼 곳의 벗에게 쓰는 편지일부 ---------

 

 

- 손희정

그림 - 강부언

사진 - 허영숙

영상 - 이정희

시퍼포먼스- 김정희와 시놀이(김정희, 이정아, 이혜정, 장순자)

낭독공연- 강상훈, 정민자

오카리나와 팬플루트 연주 - 서란영

춤과 노래 - 박연술, 은숙

피아노 연주 - 한소영

소프라노 섹소폰 연주 - 성민우

퍼포먼스 - 김백기, 기에르모, 이혜정

음악감독 - 이상철

 

다음 바람난장은 12일 오전 11시 제주시 관음사 부근 제주C-123추락사고현장에서 진행됩니다.

예술나무심기 프로젝트에 도민 여러분들의 후원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예술나무심기는 문화예술의 향기를 전도에 퍼뜨리고, 무분별한 개발로 훼손된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바람난장이 마련한 프로젝트입니다. 제주의 환경과 생태가 안정화되는 날까지 나무심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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